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라디오 듣고 "귀신이다!"… 우습고 기상천외한 최초 이야기

입력 : 2017.12.29 03:09

'최초사 박물관'

스마트폰, 교통카드, KTX, 커피숍, 모바일 뱅킹….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듯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들이지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것에도 첫 시작이 있었어요. '최초사 박물관'(파란자전거)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렸던 조선이 신(新)문물을 처음 접했던 순간들을 모았어요.

'쇠 당나귀'라고 불렸던 최초의 전차, '고백'이란 제목의 최초 기업 광고, 당나귀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던 국내 최초 은행, 특종 보도를 무수히 했던 조선 최초의 여기자 같은 사례들이지요.

[이 주의 책] 라디오 듣고
/파란자전거
1876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조약 '강화도 조약'이 체결돼요. 쇄국(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서로 통상하지 않는 것) 정책으로 외국과 교류를 하지 않았던 조선 항구는 활짝 열리게 됐지요. 제국주의의 거대한 풍랑과 외세가 앞세운 힘의 논리 앞에서 조선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돼요. 그리고 '최초'라는 이름들로 온갖 것들이 줄줄이 들어오지요.

한복 입고 가마 타던 조선의 도련님과 아가씨가 '모던뽀이' '모던껄'로 변하고, 숭늉 대신 커피를 마시며, 가마 대신 전차를 타는 신세계가 찾아왔어요. 고종의 아들인 영친왕에게 서화(書�·글씨와 그림)를 가르쳤던 화가는 국내 첫 사진관 '천연당'을 만들었고요. 최초의 공원, 최초의 원형 극장, 최초의 이발소와 미장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예요.

책은 마치 박물관 기획전시실처럼 변화의 바람을 주제별로 둘러볼 수 있도록 했어요. "'통'하는 세상, '신'나는 조선" "모던뽀이, 모던껄 탄생하다!" "복음과 함께 들어온 교육과 의료" 등 총 6개 주제로 이 시기를 돌아본답니다. 주제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는 마치 울고 웃는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박람회 같기도 한 느낌이에요.

처음 신문물을 접한 조선 사람들 반응은 웃음을 자아내게 해요. 1927년 국내 첫 라디오 방송이 전파를 탔어요. 라디오 한 대는 쌀 100가마니 가격이라 엄청나게 비쌌지요. 흔치 않다 보니 라디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라디오 소리에 놀라 '귀신 목소리'라면서 혼비백산하기도 했어요.

1897년 설립된 국내 첫 은행 '한성은행'은 대구 출신 상인에게 당나귀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지요. 주인이 돈을 갚을 때까지 담보로 맡은 당나귀를 먹이고 키우는 것이 은행의 일이었다고 하네요. 지금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해프닝이지요.

신문물은 조선에 큰 변화를 불러왔지만 이는 사실 외세의 침략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요. 가슴 아픈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하답니다. 며칠 뒤면 올해가 끝나고 2018년이 와요. 새해에는 새로운 물건과 문화가 찾아오겠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