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새해를 가장 먼저 맞는 나라… 지구온난화로 땅 잠기고 있죠

입력 : 2017.12.26 03:10

키리바시공화국

[아하! 이 장소] 새해를 가장 먼저 맞는 나라… 지구온난화로 땅 잠기고 있죠
며칠 뒤면 새해가 시작돼요. 우리나라 시간으로 2018년 1월 1일 0시(자정)부터이지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바로 키리바시(Kiribati)공화국이랍니다. 총면적(약 811㎢)이 우리나라 인천시보다도 작은 섬나라이지요.

세계 지도나 지구본을 살펴보면 태평양 위에 '날짜 변경선(날짜를 변경하기 위해 지구상에 그어놓은 경계선)'이 그려져 있어요.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가면 하루를 더하고 동쪽으로 가면 하루를 빼게 되지요.

그런데 이 선은 적도선(위도 0도) 부근에서 갑자기 오른쪽(동쪽)으로 툭 튀어나왔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여 들어간답니다. 바로 그 튀어나온 곳에 키리바시가 있어요. 태평양 중부 바다의 30여 개 산호초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이지요.

과거 날짜 변경선은 키리바시 섬들 사이 위로 곧게 지나갔어요. 그런데 키리바시 여러 개 섬이 동쪽과 서쪽으로 3870㎞가량 흩어져 있다 보니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같은 섬 서쪽 지역은 월요일인데 동쪽 지역은 여전히 일요일이어서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지요.

1995년 국제사회는 키리바시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키리바시 섬 동쪽 끝으로 날짜 변경선 일부를 꺾어서 이동시켰어요. 그 결과 키리바시 시각은 본초자오선(지구 경도의 원점)이 지나는 영국 런던(세계 표준시)보다 14시간 빨라졌답니다.

키리바시공화국은 크게 길버트제도, 피닉스제도, 라인제도로 구성돼 있어요. 인구는 약 10만명인데, 대부분은 수도 타라와가 있는 길버트제도에 살고 있지요. 약 4000년 전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이 길버트제도에 이주했고, 16세기 스페인 탐험가들이 키리바시를 발견했다고 전해져요. 영국이 1892년 식민지로 삼았고, 1979년에야 독립을 했지요.

키리바시 섬들은 평균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할 정도로 땅이 아주 낮아요.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바닷물 표면) 높이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지요. 과학자들은 최악의 경우 약 35년 후엔 키리바시에 사람이 사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답니다.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첫 번째 나라로 키리바시를 지목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키리바시는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오면서 염분이 밭으로 스며들어 농작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요. 무엇보다 먹을 물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지요. 산호초 섬은 땅에 비를 잘 저장하지 못하는데, 바닷물이 계속 육지로 들어오면서 마실 수 있는 물까지 오염시키고 있어요.

키리바시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해안가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맹그로브 나무는 물 아래 뿌리를 길게 내려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파도나 해일 피해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돼요.

또 정부는 주민들 상당수가 다른 나라로 이주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존엄한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국민이 '기후 난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다른 공동체에 기여하는 이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에요.

몇 년 전엔 대규모 이주에 대비하기 위해 2000㎢에 달하는 피지 숲 지대를 사들이기도 했어요. 기후 변화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키리바시 현실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해요.



박의현·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