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인공 눈이 더 단단해… 빠른 속력으로 스키 타는 데 도움

입력 : 2017.12.26 03:10

자연 눈과 인공 눈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제설기가 인공 눈을 뿌리고 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제설기가 인공 눈을 뿌리고 있어요. /고운호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강원도 지역에는 보통 눈이 내리면 20~30㎝ 정도로 많은 양이 쌓여요. 자연 눈이 많이 내리면 스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스키장은 자연 눈이 와도 슬로프(스키장의 경사진 코스)에 인공 눈을 만들어 뿌리는 작업을 한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정선 스키장에는 매일 제설기(製雪機·인공적으로 눈을 만드는 기계) 120여 대를 동원해 끊임없이 인공 눈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자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인데 왜 인공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걸까요?

자연 눈과 인공 눈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자연 눈은 구름 속 수증기가 땅으로 내려오면서 얼어붙는 것으로, 입자 사이사이에 틈이 있는 팔각형 구조이지요. 그래서 밟으면 스키가 푹 들어가 눈에 파묻히는 경우가 많고 속도를 내거나 회전하기 어려워요. 반면 인공 눈은 제설기에서 물 알갱이가 분사되면서 순식간에 얼어붙기 때문에 거의 빈틈이 없는 단단한 알갱이랍니다.

또 보통 스키를 탈 때 몸이 스키 판을 누르는 압력으로 눈 일부가 녹으면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인공 눈의 녹는 점은 자연 눈보다 낮아서 더 잘 녹기 때문에 스키가 속력 내는 걸 도와준다고 해요. 따라서 스키를 탈 때 자연 눈보다는 단단하게 쌓인 인공 눈 위를 내려올 때 훨씬 더 잘 미끄러지는 것이지요.

물론 인공 눈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에요. 단단하기 때문에 넘어졌을 때 다칠 위험성이 높아요. 그래서 현재 대부분 일반 스키장에선 인공 눈과 자연 눈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고 있답니다. 시즌 초반에는 인공 눈을 대량으로 뿌려서 단단하게 기반을 다지고, 자연 눈이 오기 시작하면 적당하게 섞어서 일반인들이 스키 타기에 좋은 눈을 만드는 거지요.

하지만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가 열리는 스키장은 빙판처럼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해요. 취미로 스키를 타는 일반인들과 달리 전문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한 코스를 반복해서 내려오는데요. 여러 선수가 같은 코스를 계속 지나다 보면 특정 부분이 패게 마련이고, 슬로프가 많이 패면 기록을 줄이는 데 문제가 되고 부상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이를 위해 주최 측은 슬로프에 인공 눈을 뿌린 후 정설차로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을 5차례 정도 반복한답니다. 그러면 전 코스에 약 1.2~1.4m 두께 눈이 쌓이지요. 그 위에 물을 뿌리고 얼음판같이 강도가 단단한지 점검한 후, 약한 부분엔 다시 구멍을 뚫고 물을 부어 얼리는 작업을 해요. 이 과정이 다 끝나야 비로소 기문(깃대를 세워 만든 문)을 꽂는 것이지요.

이렇게 만든 슬로프에 함박눈이 엄청나게 오면 어떨까요? 운영 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눈을 전부 걷어낸답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월드컵 스키 대회 때도 슬로프에 15㎝ 눈이 쌓이는 바람에 300여 명이 밤새도록 눈을 치웠다고 해요.



조보성·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