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최저임금에 상여금도 넣어야 할까요… "美는 팁도 포함"

입력 : 2017.12.22 03:11

[팁과 최저임금]

美, 팁에 따라 최저임금 책정해 와… "저임금 근로 조장" 비판도 나오죠
우리나라 내년 최저임금 올리는데 상여금·교통비 등 포함 여부 논란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식당 종업원이 손님에게서 받은 팁(Tip·봉사료의 일종)을 식당 주인이 걷어 전체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어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종업원이 받은 팁은 개인 재산"이라며 이를 주인이 걷어 다른 직원들에게 분배하는 행위를 금지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허용하도록 하겠다는 거예요.

미국은 팁 문화가 아주 발달한 나라예요. 식당에 가면 내가 먹은 음식값의 15~20%를 담당 종업원에게 팁으로 건네는 것이 관행이에요. 이 때문에 미국은 사업주가 종업원의 최저임금(근로자가 받아야 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할 때도 팁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팁과 최저임금에 대해 알아보죠.

◇스포츠 스타가 남긴 20센트 팁

지난 2014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레스토랑에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가 방문했어요. 스포츠 스타의 깜짝 등장에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야단법석을 떨었지요. 그런데 그 선수가 식당을 나선 직후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가 두고 간 계산서에 적힌 팁 액수가 달랑 20센트(약 216원)에 불과했던 거예요. 연봉을 수십 억원 받는 유명 스포츠 선수가 20센트 팁을 남겼다는 얘기를 들은 식당 주인은 계산서를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 선수는 한동안 인터넷에서 '짠돌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지요.

이처럼 미국에선 팁을 '반드시 줘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수준은 줘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요. 사실 팁은 호텔이나 식당, 술집 등에서 손님이 종업원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주는 일종의 봉사료로, 종업원의 서비스가 좋았을 때나 별도로 특별한 요청을 할 때 건네는 돈이었어요. 당신의 서비스가 고마우니 원래 내기로 했던 것보다 더 주겠다고 하는 돈이라고 보면 돼요.

미국은 팁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지만,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종업원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답니다.
미국은 팁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지만,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종업원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답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서구 팁 문화는 18세기 영국의 한 술집(pub)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져요. 이 술집 계산대에는 'to insure promptness'(신속함을 보장받기 위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는데, 더 빠른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요구였지요. 이것의 머릿글자를 따서 팁(tip)이 되었다는 거예요.

영국의 이발소에서 팁 문화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어요. 중세 유럽에선 이발소가 간단한 수술이나 처치를 하는 병원 역할도 도맡았어요. 이때 환자들이 이발사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의미에서 사례비를 조금씩 얹어서 냈다고 해요.

이렇게 팁을 받으면 종업원들은 얼핏 많은 소득을 올릴 거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제정한 표준 최저임금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식당 종업원 등 팁을 받는 근로자는 시간당 2.13달러(약 2300원), 팁을 받지 않는 근로자는 7.25달러(약 7850원)랍니다. 팁을 개인 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팁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최저임금으로 주도록 하고 있는 거지요.

미국 근로자 단체는 "팁 자체가 고정적 소득이 아닌데다, 팁을 받는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업주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반면 다른 편에선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으면 팁을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 간 소득 차이가 너무 커진다"고 반박하고 있답니다.

◇봉사료와 팁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거의 없지만, 식당이나 호텔을 이용할 때 대부분 '봉사료'가 포함된 금액을 지불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손님이 종업원에게 팁을 직접 건네는 것이 아니라, 봉사료라는 항목으로 총금액의 10%를 팁 대신 지급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골프장이나 카지노 등에선 손님이 종업원에게 따로 팁을 주기도 하는데, 이때 주는 팁과 통상적으로 내는 봉사료가 최저임금 내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답니다.

먼저 팁 또는 봉사료는 근로자가 ①고객에게 직접 받는 방식 ②사업주에게 받는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①처럼 근로자가 손님에게서 직접 받는 봉사료는 원칙적으로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답니다. 예를 들어 골프장 캐디가 손님에게 직접 팁을 받고 이를 근로자들끼리 자율적으로 나눠 가졌을 경우인데, 이를 '업주가 직접 명령·지휘하는 근로'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지요.

반면 ②는 임금에 포함돼요. 사업주가 가격의 일정 비율을 봉사료 명목으로 일률적으로 받아서 모아 두었다가 정기적으로 전체 직원들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경우이지요. 이것은 명칭만 봉사료일 뿐이고 사업주가 매번 정기적으로 분배해 왔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에 대한 대가라고 보고 있어요. 근로자가 손님에게서 부정기적이고 개별적으로 받는 팁과는 엄연히 구별된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는 내년에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부와 노동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관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는 거지요. 현재 최저임금에는 매달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고정수당 정도만 인정하고, 상여금이나 휴일근무수당·숙식비·교통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요.

경영계는 "상여금과 교통비·식비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숙식비·교통비 등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려는 사업주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임금 문화는 다르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인 셈이에요.

☞우리나라 최저임금제

19세기 후반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영국·호주·미국 등에서 도입했어요. 우리나라는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했고 1988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462.50원(저임금 업종이나 섬유 등 취약 업종)과 487.50원(고임금 업종이나 화학 등 재무 구조 양호 업종)으로 결정했답니다. 처음엔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만이 대상이었지만 이후 점차 확대해 2000년부터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적용하고 있어요.





 

조운학·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