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세계 3개 종교 성지… 국제법상 어느 나라 땅도 아니죠
입력 : 2017.12.21 09:52
[예루살렘]
유대 왕국서 기독교 성지로 바뀌고 이후 무슬림들 삶의 터전이었어요
3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해오다 영국의 상반된 약속으로 분쟁 시작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에 또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어요. 현재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사실 국제법상 어느 나라 영토에도 속하지 않은 땅이에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끊임없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이기 때문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대적 반미(反美)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도 '예루살렘 선언'을 거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돼 버렸지요. 도대체 예루살렘은 어떤 곳이기에 국제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걸까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은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가 모두 신성시하는 도시예요. 그래서 서구·중동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대적 반미(反美)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도 '예루살렘 선언'을 거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돼 버렸지요. 도대체 예루살렘은 어떤 곳이기에 국제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걸까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은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가 모두 신성시하는 도시예요. 그래서 서구·중동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지요.
- ▲ 터키·이스탄불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항의하고 있는 무슬림 시민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 점령당하면서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이후 예루살렘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지요.
서기 30년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4세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성지(聖地)가 됩니다. 예루살렘엔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성묘(聖墓) 교회,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언덕길, 예수가 로마군에 체포되기 전 마지막 밤을 보낸 만국 교회 등 다양한 기독교 순례지가 있어요.
이슬람교에도 예루살렘은 특별한 성지예요.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하늘에 올라가 알라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다는 장소가 바로 예루살렘의 바위 사원이라고 전해지기 때문이지요. 역사적으로는 638년 이슬람교도들이 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본격적으로 정착을 시작한 지역이기도 해요.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렀어요. 이후 예루살렘은 오스만 튀르크 제국(오늘날 터키)의 지배를 받는 등 대부분 이슬람교의 영향력 아래 놓였답니다.
◇어느 나라 땅도 아닌 예루살렘
638년 예루살렘을 함락한 칼리프(이슬람교 최고 지도자) 우마르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는 예루살렘의 기독교 총대주교였던 소프로니우스와 협정을 맺고 "기독교인의 교회는 점령되지 않을 것이며, 조금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십자가와 재산은 보호될 것이다" 같은 보호를 약속했답니다.
평화 상태에 균열이 간 건 20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에 개입하면서부터예요.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영국이 유대인과 무슬림을 상대로 상반된 약속을 한 것이지요.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던 영국은 유대인들로부터 전쟁 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유대 국가'를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끝내고 '아랍 국가'를 세워주겠다고 했지요. 전쟁이 끝나자 흩어져 살던 수많은 유대인이 예루살렘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시작됐어요.
분쟁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어요.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됐지만 예루살렘은 동예루살렘(요르단령)과 서예루살렘(이스라엘령)으로 나뉘었지요.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마저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국가 수도로 선언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미국 내 강력한 유대인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고,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와요. 이 때문에 오늘날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쟁을 종교 갈등만으로 설명하는 건 중동문제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지요. 예루살렘은 언제쯤 그 이름처럼 '평화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인티파다(Intifada)]
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민중 봉기를 뜻하는 말이에요. 1차 인티파다는 1987년 이스라엘군 차량이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4명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를 계기로 이스라엘에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을 말해요.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문제는 전 세계적 쟁점이 됐어요.
2차 인티파다는 2000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의 이슬람교 사원 방문에 항의하면서 시작됐어요. 이스라엘의 강경 진압과 팔레스타인의 보복 테러 등으로 사상자가 많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