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크리스마스 대표 식물… 꽃잎처럼 보이는 건 사실 '빨간 잎'

입력 : 2017.12.19 03:09

포인세티아

이제 곧 크리스마스예요. 이 시기에는 전나무나 구상나무를 한껏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와 얇은 나뭇가지 여러 개를 둥글게 구부려 엮은 화환(리스·Wreath) 장식이 아름답지요. 뾰족한 초록색 침엽, 메마른 나뭇가지, 반짝이는 전구가 묘한 조화를 이루어 추운 겨울을 포근하게 감싸줘요.

크리스마스트리와 화환을 화려하게 완성해주는 건 '포인세티아(poinsettia)'예요. 멕시코 원산지로, 아랫부분은 넓적하고 윗부분은 창처럼 뾰족한 바소꼴 잎사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식물이지요. 미 국무장관을 지낸 조엘 포인셋이 멕시코 외교관을 지내던 1825년 미국에 들여왔어요. '포인세티아'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지요.

포인세티아의 빨간 꽃잎처럼 보이는 건 사실 빨간 잎사귀랍니다.
포인세티아의 빨간 꽃잎처럼 보이는 건 사실 빨간 잎사귀랍니다. /최새미 제공
포인세티아의 빨간 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덮개 잎이에요. 포인세티아가 빨간 잎을 가진 이유는 긴 시간을 살아남기 위해서랍니다.

보통 식물의 꽃잎은 화려한 색으로 곤충을 유인한 뒤 빨리 시들어 버리지만, 덮개 잎은 나뭇잎이라 훨씬 오래도록 싱싱하게 살아남을 수 있어요. 한 달 이상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아름다운 덮개 잎이 마치 꽃잎처럼 보여 흔히 포인세티아가 커다란 빨간 꽃이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포인세티아 꽃은 정작 꽃잎과 꽃받침이 없고 암꽃 한 개를 여러 개 수꽃이 둘러싼 배상화서(杯狀花序)랍니다.

포인세티아가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식물이 된 데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요. 16세기 멕시코에 한 가난한 소녀가 살았어요. 소녀는 예수가 탄생한 날인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바칠 선물이 없었지요. 소녀를 가엾게 여긴 천사가 길가에 있는 식물의 씨앗을 주어 제단에 바치게 했고, 이것이 곧 아름다운 포인세티아가 됐다는 이야기예요. 17세기 멕시코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들은 포인세티아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활용했고, 붉은 덮개 잎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고 믿었어요.

현재 꽃 시장에서 파는 포인세티아는 대부분 미국에서 개량한 품종이에요. 작은 화분 안에 담긴 귀여운 식물이지만, 자생지인 멕시코와 아프리카·인도 등지에선 키 작은 덤불 나무랍니다.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가 연말 특별한 날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품종의 포인세티아가 수입되고 있어요.

집안에서도 포인세티아를 쉽게 가꿀 수 있는데요. 베란다 같이 햇볕이 아주 잘 드는 곳에 두고 키워야 하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돼요. 또 자주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지요. 열대 식물이기 때문에 겨울에도 최저 온도가 1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더 선명한 붉은 잎을 빨리 만들기 위해선 암막을 만들어 하루 14시간 이상 빛을 차단하기도 한답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