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英의 50조원대 '이혼'… 약속한 분담금 내야하기 때문이죠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1993년 출범한 '하나의 유럽' EU
英, 이민자 늘며 일자리 경쟁 치열… 거액 분담금 내도 혜택 없다 생각
EU 탈퇴 '브렉시트' 공식 통보했죠
얼마 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이혼 합의금'을 약 400억~450억유로(약 51조~57조원) 안팎으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당초 '200억유로면 된다' '1000억유로는 내야 한다' 같은 소문이 무성했는데, 이번에 구체적인 액수가 처음 나온 것이죠.
'이혼 합의금'이란 영국이 EU 탈퇴를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탈퇴 비용'을 말해요. 앞으로 브렉시트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런데 영국은 왜 EU를 탈퇴하면서 이렇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내야할까요?
◇천문학적 '합의금' 내고 결국 결별
'브렉시트'란 영국을 뜻하는 브리튼(Britain)과 탈퇴를 뜻하는 엑시트(exit)를 합친 단어예요.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6월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근소한 차이로 EU 탈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닥쳤지요.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의회 의결을 거쳐 지난 3월 EU에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통보했답니다. EU 헌법을 만든 '리스본 조약'에 따라 내년 말까지 '이혼 합의금'을 비롯한 탈퇴 협상을 마무리한 뒤,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 2019년 3월 최종 탈퇴를 하게 돼요.
- ▲ 지난해 영국 런던 시내에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브렉시트를 두고 많은 전문가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혼'이라고 말하는데요. '이혼 합의금'인 탈퇴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에요. 탈퇴 비용은 영국이 매해 EU에 내야 하는 분담금을 바탕으로 하는데, 영국이 매년 어마어마한 분담금을 내왔기 때문이지요. EU 분담금이란 회원국들이 EU에 매년 내는 일종의 세금이에요.
영국은 연 평균 127억파운드(약 1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분담금을 EU에 내왔어요. 한 해 EU 예산(1400억유로)의 10%가 넘는 액수이지요. 분담금은 각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고려해서 책정하기 때문에 보통 잘 사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더 많은 액수를 내요. EU는 이렇게 걷어들인 분담금 대부분을 동유럽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데 썼어요. 예를 들어 동유럽 국가에 낙후한 도로를 새로 깔아주거나 빈민 구제, 질병 예방·치료, 환경 보호, 농업 발전, 실업 해소 등에 사용했지요.
그런데 EU는 회원국이 탈퇴를 하더라도 탈퇴 전에 이미 내기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모두 내고 나가도록 규정하고 있답니다. 영국은 이미 확정된 '2014~2020년 EU 예산 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매해 일정한 분담금을 EU에 내기로 했기 때문에, 2019년 3월 탈퇴를 하더라도 2020년까지 남은 1년 9개월치는 모두 내야 하는 것이지요. 이 비용이 약 200억유로(25조원)인 것으로 추정돼요.
여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환경 등 각종 협약에 소요되는 비용 200억유로에, EU 본부·사무소 직원들의 연금 가운데 영국이 책임지기로 약속했던 금액(30억유로)까지 합쳐 최종적으로 400억~450억유로를 내는 것으로 잠정 합의한 것이지요.
◇"하나의 유럽을 만들자"
- ▲ 초기 EU 회원국 12개를 상징하는 별 가운데 하나(영국)가 뚝 떨어진 모습을 풍자한 이미지.
1993년 창설된 EU는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러 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유럽은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신흥 강대국에 밀려 정치·경제적 주도권을 조금씩 잃었어요. 세계대전으로 국토는 잿더미가 됐지요. 이에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의 전쟁을 막고 강력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EU를 결성한 거예요.
EU는 유럽의회를 구성해 외교·국방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유럽중앙은행도 설립해 금융 문제에도 공동 대처했어요. 2002년부터 EU 회원국들은 동일한 화폐인 유로화를 쓰기 시작했지요. EU 회원국 국민들은 EU 내 어느 나라를 가도 따로 출입국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마치 내 나라처럼 자유롭게 일자리를 구하거나 물건을 팔 수 있었어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문제가 생겼어요. 폴란드를 시작으로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 등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유럽 국가들이 EU 회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영국의 경우, 국내 일자리가 EU 회원국에 모두 개방되다 보니 취직을 하러 오는 이민자들이 크게 늘었어요. 중동 난민들까지 유입되면서 영국인들은 안 그래도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지요.
또 영국은 거액의 분담금을 매년 EU에 내면서도 별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 수를 가진 독일과 프랑스가 주요 결정을 주도하고, 환경·기후·노동시장 등에서 EU의 까다로운 규제를 맞춰야 하니 차라리 탈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브렉시트의 '이혼 합의금' 문제는 겨우 해결했지만 영국에 있는 EU 회원국 이주민들의 거주권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직 많답니다. EU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어요.
☞유럽연합(EU)의 시초
1952년 독일(서독)과 프랑스는 최초 경제 공동체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만들었어요. 석탄이 풍부한 독일과 철강이 풍부한 프랑스는 석탄·철강 생산량과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자유롭게 거래하기로 했어요. 이후 이탈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가 가입하면서 ‘유럽경제공동체(ECC)’가 됐고, 1967년 ‘유럽원자력공동체’와 합쳐져 ‘유럽공동체(EC)’가 됐답니다. 이후 영국·덴마크·아일랜드 등이 가입하면서 1993년 유럽 정치·경제 공동체인 ‘유럽연합(EU)’이 출범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