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추운 바다 좋아하는 어류… 고소하고 부드러운 최고의 횟감

입력 : 2017.12.12 03:08

방어

방어
겨울 제철 음식인 방어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회, 생선탕, 구이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답니다. /위키피디아
추운 겨울은 방어(魴魚)가 제철이에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어는 참 맛있지요. 이 중 무게가 6㎏ 이상인 방어를 대방어라고 하는데, 일반 방어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비싸요.

방어는 제주도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잘 잡히는데, 미끼는 살아있는 자리돔(바닷물고기 중 하나)을 써요. 현재 동해안 고성 지역에서도 방어를 잡는데 제주도 못지않게 어획량이 많아요. 방어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로는 부시리가 있는데, 위턱 끝이 각져 있으면 방어이고 둥글게 생겼으면 부시리예요.

방어는 최대 1.5m까지 자라고 몸무게도 40㎏까지 커져요. 추운 바다를 좋아하는 방어는 회유(回遊·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며 사는 것)성 어종이라 매년 5월 초부터 한여름까지는 북한 동해안 지역 최북단까지 올라갔다가 겨울철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와 제주도 해상까지 이동해요.

'세종실록'에는 방어가 함경도·강원도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 중 하나라고 나오고, 비슷한 시기의 책 '경상도지리지'에는 부산 동평현 지방의 토산 공물(중앙에 상납하는 특산물)이라고 돼 있어요.

보통 대방어는 잡히면 곧바로 수산 시장으로 가지만, 무게가 6㎏ 이하인 일반 방어는 3~6개월씩 가두리 양식장(그물 안에 물고기를 가둬 키우는 것)에 가두고 먹이를 주며 크게 키워요. 살이 어느 정도 오르면 어촌 경매장에 내다 팔지요.

대방어는 해체해서 회로 많이 먹는데, 그중 배·지느러미 살은 마블링(흰색 지방 부분으로 고기를 연하게 해줌)이 좋아 최고 횟감으로 쳐요. 참다랑어 뱃살처럼 고소하고 부드럽지요. 방어 대가리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붉은 살은 철분이 많은 헤모글로빈 성분 때문에 마치 소고기처럼 보일 정도예요.

대방어 대가리는 구워서 많이 먹어요. '어두육미(魚頭肉尾·물고기는 대가리가 맛있고 짐승은 꼬리가 맛있다)'라는 말처럼 대가리에서 방어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방어에 소금을 골고루 뿌려 오븐에 구워내면 담백한 살점과 고소한 껍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답니다. 특히 눈 주위 살은 젤라틴이 풍부해서 쫀득쫀득하지요.

횟감으로 먹고 남은 살과 뼈는 맑은 생선국이나 매운탕으로 끓여내요. 대방어는 커다란 생선이라 뼈가 크고 살이 많기 때문에 맑은 생선국으로 끓이면 마치 사골국처럼 진한 국물이 배어 나오죠. 대방어의 위, 간, 창자 등은 삶아서 소금 기름장에 찍어 먹기도 해요.

작은 방어는 대방어처럼 다양한 부위를 먹기 어렵지만, 소금물에 절였다가 말려 석쇠에 구워 먹으면 맛이 좋아요.

방어 살에는 비타민 E, 니아신, 불포화 지방산인 DHA·EPA, 타우린이 들어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치매,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요. 다만 여름철에는 맛도 떨어지는 데다 기생충이 생기니 회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