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가계 빚 1400조… 한은, 6년 만에 돈줄 죄기 시작했어요

입력 : 2017.12.08 03:08

[가계 부채]

개인이 은행서 돈 빌리는 가계 빚… 현재는 주택 담보 방식이 가장 많아
수년간 저금리 이어지며 대출 늘자 가구당 부채 7000만원 넘어섰어요

최근 우리나라 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의 규모(가계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돌파했어요. 1400조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 1664조원의 85%에 해당하는 큰돈이지요. 한 가정이 은행에 진 빚(가구당 부채)도 평균 7270만원이었지요.

얼마 전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이자)까지 올리자, 많은 전문가가 "가계 부채라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걱정된다"며 입을 모으고 있지요. 가계 부채가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걸까요?

◇기원전부터 있던 대출 제도

은행은 고객에게 일정 기간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아요. 은행이 여윳돈 있는 사람에게서 예금을 받아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면 우리 사회에 돈이 잘 돌게 돼요.

대출의 역사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어요. 기원전 3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은 곡물이나 귀금속을 남에게 빌려줄 때 그 무게를 재서 점토판에 기록해뒀다가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어요. 기원전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는 '상인이 은(銀)을 빌려줄 때는 은 1세켈에 대해 6분의 1세켈 6그레인(=16%) 이자를 받는다'고 적혀 있지요.

최근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최근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Getty Images Bank
우리나라 역사에도 춘궁기(수확한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서 식량이 부족한 봄철)에 곡식을 빌려주고 이를 추수철에 받아내는 '환곡(還穀)'이라는 대출 제도가 있었답니다. 이자가 적게는 빌린 곡식의 30%에서 심한 경우는 100%인 것도 있어 백성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쳤어요. 이에 세종대왕은 이자율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법을 시행하기도 했지요.

◇주택 담보 대출이 대부분

은행에서 개인에게 돈을 빌려 줄 때는 '이 사람이 돈을 잘 갚을 수 있을까?'를 먼저 따져봐요. 그 사람이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위험(상환불능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항상 생각하지요.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 장치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주택 담보 대출이에요. 현재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 담보 대출로 인한 빚이에요.

담보 대출은 은행이 개인의 일정한 재산을 담보로 받고 그 담보가 가진 시장가치 내에서 돈을 빌려주는 거예요. 부동산(집·땅)이나 기술력,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이 담보가 될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주택 담보 대출이 가장 안전하지요.

주택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에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담보를 팔아 받을 수 있어요. 돈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다른 대출 방식(신용 대출·보증 대출 등)보다 쉽게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길게는 30년에 걸쳐 빌린 돈과 이자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금리 인상으로 위기 높아져

가계 부채는 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로 0.25%포인트 올렸는데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건 2011년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랍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이자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각 가정의 빚 부담이 커져요. 사람들은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전보다 소비를 줄이지요. 소비가 줄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침체할 수 있어요.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사던 사람들도 이자 부담 때문에 주택 구입을 포기하지요.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에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부동산을 되팔 때 손해를 입어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러면 은행 등 금융기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요.

과거 우리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어요. DTI란 내가 한 해 버는 소득 가운데 은행에 갚아야 하는 돈과 이자(원리금)가 차지하는 비율이에요. 이 수치가 낮을수록 빚을 갚을 능력이 크다고 인정해요. LTV는 담보로 맡긴 주택 가치 가운데 대출금 비율을 의미한답니다.

또 수년 전만 해도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에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요.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택 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오늘날 가계 부채 폭등이란 결과를 낳은 거예요.

담보 대출을 영어로 하면 'mortgage'인데요. 어원을 살펴보면 프랑스어로 mort는 '죽음', gage는 '서약'이라서 '죽음의 서약'이라는 뜻이랍니다. 주택이든 무엇이든 내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는 죽음을 각오할 만큼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일 거예요.


[우리나라 첫 대출 담보는 당나귀]

1897년 최초의 근대식 은행인 한성은행이 설립됐어요. 첫 대출 담보물이 당나귀였답니다.

어느 날 대구의 한 상인이 "한성에서 여러 물건을 구입하려 하는데 자금이 모자라니 돈을 빌리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은행은 상인에게서 담보를 받으려 했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지요. 그러자 상인이 "내가 타고 온 당나귀를 담보로 가져가라"고 제안했고 은행이 이를 받아들였답니다.

은행은 담보물인 당나귀가 아프거나 죽기라도 하면 상인이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아주 정성껏 당나귀를 돌봤다고 해요. 하지만 결국 상인은 돈을 갚으러 나타나지 않았고, 담보로 잡은 당나귀는 은행 임원들 업무용 이동수단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2012년 농협은행에서도 한우를 담보로 많은 농가에 돈을 빌려준 적이 있지요.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