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연평균 적설량 630㎝… 전 세계 200만명 찾는 '눈 축제' 유명

입력 : 2017.12.05 03:06

삿포로

이번 주 목요일(7일)은 대설(大雪)이에요. 우리나라 전통 달력인 24절기 중 21번째 절기로,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는 지난달 강원도와 충청 내륙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많은 눈이 왔어요.

그럼 세계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은 어디일까요? 남극이나 북극, 시베리아 내륙 같은 아주 추운 곳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런 한대(寒帶) 지역은 연 강설량(降雪量·일정 기간 눈이 내린 양)이 20㎝ 안팎일 만큼 의외로 눈이 적게 내린답니다. 낮은 기온 때문에 눈이 잘 녹지 않아 땅이 하얗게 덮여있고, 강한 바람을 타고 눈이 계속 날아다니기 때문에 마치 강설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에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눈 축제 모습.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눈 축제 모습.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실제 강설량은 일본 훗카이도(북해도) 지방,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처럼 바다를 끼고 있는 냉대(冷帶) 습윤(濕潤) 지역에서 많아요. 이중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훗카이도 지역은 정말 눈이 많이 온답니다. 훗카이도는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의 큰 섬 가운데 하나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어요.

훗카이도에 눈이 많이 오는 이유는 겨울 계절풍과 동해의 영향 때문이에요. 겨울철 시베리아 북서풍을 타고 내려오는 공기 덩어리는 동해를 거치면서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공급받는데요. 이 공기 덩어리가 차가운 훗카이도 땅에 도착하면서 어느 점(응결점)에 도달해 품고 있던 수증기를 눈으로 뿌리는 것이랍니다.

훗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삿포로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곳이에요. 삿포로의 연평균 적설량은 630㎝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 평균 키(약 174㎝)의 네 배 가까이 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걸로 유명한 대관령(약 243㎝)이나 울릉도(약 232㎝)보다도 두 배 넘게 많지요. 과거 삿포로엔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주로 살았지만, 1869년 일본이 이곳에 관청을 건설하고 정부 관리를 파견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어요.

이곳 주민들은 폭설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생활 방식을 만들었어요. 평평한 지붕은 눈이 많이 쌓이면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눈을 빨리 흘려보내기 위해 경사 급한 지붕을 개발했지요. 미소라멘(된장라면)과 카레수프 같은 따뜻한 국물 요리도 발달했고, 미끄럼 방지용 신발도 유명하답니다.

매년 겨울철이면 아름다운 눈 축제도 열려요. 삿포로 눈 축제는 1950년 이 지역 고교생들이 눈 조각 6개를 설치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스키 점프쇼, 얼음 미끄럼틀, 눈 조각상 같은 즐길 거리가 가득하고, 털게나 연어 같은 특산 음식도 많아 인기가 높아요. 세계 각지에서 매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삿포로 눈 축제를 방문한답니다. 살기 힘든 자연조건을 아름답고 신비한 지역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좋은 사례이지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