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원화 가치 오르면 해외여행 이득… 떨어지면 수출 환호

입력 : 2017.12.01 03:08

[환율과 환전]

다양한 화폐 종류로 무역 어려워져 수요·공급 따른 '변동환율제' 도입
최근 원·달러 환율 1080원대 하락… 우리나라 돈의 가치 올라갔어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돈값이 많이 올라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원·달러 환율은 미국 돈 1달러를 우리나라 돈(원화)으로 바꿀 때 필요한 액수가 얼마인가를 표시한 거예요. 즉 환율(換率)이란 외국 돈과 우리나라 돈의 교환 비율을 말하지요. 그렇다면 환율은 왜 생긴 거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환율 오르고 떨어지면 희비 엇갈려

사람들이 쓰는 화폐(돈)는 나라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는 원을 사용하지만 미국은 달러, 중국은 위안, 일본은 엔, 유럽연합은 유로를 사용하지요.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건 미국 돈 1달러를 우리나라 돈으로 바꿀 때(환전) 과거보다 더 적은 원화가 든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과거 1달러를 살 때 우리 돈 1200원을 줘야 했는데 이제는 1000원이면 된다는 말이에요. 이럴 때 '원화 가치가 올라갔다'고 말하지요.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기업에 이득이 돼요.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일 때는 1달러짜리 물건을 10개 수입하면 우리 돈 1만2000원이 들어요. 하지만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으로 떨어지면 같은 물건을 사는 데 1만원이면 된답니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2000원 이득을 보는 거지요.

서울 명동에 있는 환전소.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돈값이 많이 올라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서울 명동에 있는 환전소.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돈값이 많이 올라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오종찬 기자

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갚아야 할 빚도 줄어들어요.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1만달러를 빚졌을 때 우리 돈 1200만원을 써야 하지만, 1000원으로 떨어지면 1000만원만으로도 갚을 수 있지요. 해외여행을 갈 때나 유학생에게 학비를 보낼 때도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외국 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본답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이 유리해지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도 이득을 봐요. 예를 들어 달러당 1000원일 때 1달러짜리 물건을 외국에 10개 팔면 1만원을 벌 수 있지만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1만2000원을 벌 수 있지요.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도 환율이 1000원이면 100달러를 10만원으로 바꿀 수 있지만 환율이 1200원이면 12만원으로 바꿀 수 있어요.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었어요. 당시 많은 수출 기업이 이득을 봤지만, 유학생 자녀에게 학비를 송금하던 부모들은 두 배로 뛰어오른 환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녀를 중간에 귀국시켜야 했답니다.



◇성경에도 기록된 환전의 역사

환율·환전의 역사는 성경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답니다.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의 앉은 것을 보시고/ (중략)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2000여 년 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에 제물(祭物)을 바치길 원했어요. 그런데 제물을 사기 위해선 로마제국 동전을 모두 유대인 동전으로 바꿔야만 했지요. 이 과정에서 로마 동전과 유대인 동전을 바꿔주는 환전상이 많이 생겼어요. 이들은 일정한 수수료를 받아 이득을 챙겼고, 이 중 일부를 제사장들에게 뇌물로 바쳤지요.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면서 환전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은 여행길에 쓸 금화와 은화를 한가득 싣고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사용하는 화폐가 달라 매번 돈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지요. 수수료도 환전하는 돈의 1~5% 정도로 상당히 높아서 어떤 순례자는 여러 지역을 돌다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쓰기도 했어요.

16세기부터 서유럽 나라들이 새로운 바닷길과 땅을 개척하면서 나라 간 무역이 더욱 활발해졌어요. 전 세계의 화폐 교환은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지요. 하지만 화폐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금·은 함유량이 들쭉날쭉해 원활한 거래가 어려웠어요.

어떻게 하면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라들은 '금(gold)'이라는 광물을 주목했어요. 금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유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지요. 이 때문에 화폐를 대신해 어떤 값(가치)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그래서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은행에 금을 쌓아두고 그 가치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gold standard)'를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순금 1온스=300파운드' 식으로 돈과 금의 가치를 비교하면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여러 나라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화폐를 마구잡이로 발행하면서 금 가치에 맞춰 화폐를 찍어내던 금본위제는 사실상 폐지되고 말아요.

각국 정상은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회의를 열고 새로운 환율 제도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었어요. 미국이 금에 맞춰 달러 가치를 고정하면 여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다른 나라 화폐 가치를 변동시키기로 한 거예요. 하지만 브레턴우즈 체제도 미국이 1960년대 베트남전에서 승리하려고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하면서 무의미해졌어요.

1976년 미국·프랑스·독일·영국 등이 자메이카 킹스턴에 모여 '킹스턴 체제'를 만들어요. 모든 국가는 독자적 환율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얻었어요. 이후 돈의 가치를 특정한 화폐나 금에 고정하지 않고 외환(외국 돈)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바뀌도록 하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거랍니다.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

국제 거래·무역에서 중심이 되는 돈으로, 미국 달러화가 대표적이에요. 한 나라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그 나라가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야 하고, 고도로 발달한 경제·금융·외환시장이 있어야 해요. 또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 시장이어야 하지요.

중세 유럽에서는 순도(금 함유량)가 가장 높았던 이탈리아 피렌체 왕국의 플로린 금화가 기축통화처럼 널리 쓰였고, 19세기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대표적 기축통화였답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조운학·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