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의 책] 인종·性 차별 무너뜨린 흑인 여성 물리학자 이야기

입력 : 2017.12.01 03:07

'세상을 바꾸는 힘'

아프리카계 여성으로는 최초의 MIT(매사추세츠 공대) 박사(1973년)이자 미국 국립공학아카데미 회원(2001년), 여성 최초이자 흑인 최초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1995년).

미국 여성 물리학자 셜리 앤 잭슨(71·사진)이 이룬 업적이랍니다. 인종차별이 여전했던 1940년대 미국에서 태어났고, 남녀 차별이 존재했던 미국 사회에서 끝내 성공한 사람이지요.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를 연구하면서(이론물리학), 보이지 않은 장벽인 인종차별과 성 차별을 무너뜨린 물리학자 셜리 앤 잭슨의 삶을 담고 있어요.

셜리 앤 잭슨
/해나무

셜리는 1946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 흑인과 백인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못 가고 10㎞ 정도 떨어진 학교를 가야 했지요. 이런 인종차별은 셜리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에야 사라졌어요.

이후 MIT에 진학한 셜리는 또다시 인종차별을 겪게 되죠. 신입생이 1000명뿐인 학교에서 흑인 여성은 셜리를 포함해 단 둘뿐이었어요. 다른 학생들은 셜리와 함께 공부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 셜리의 옆자리는 늘 비어 있었죠. 대학에서 따돌림을 당한 거예요. 교수들도 때로 상처 주는 말을 했지요. 세계 최고 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셜리 앞에서 한 교수는 "흑인 여성이라면 공부는 집어치우고 장사하는 법이나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셜리는 '내가 포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죠. MIT 대학원에 진학한 뒤 학교와 협의해 '교육기회대책위원회'를 만들어요. 유색인종 학생이 MIT에 더 많이 입학하고,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마련한 거예요. 셜리는 정신없이 바빴던 대학원 시절에도 짬을 내 방학이면 흑인과 히스패닉 신입생들을 가르쳤어요.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학생들의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흑인학생연합'도 만들었지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셜리는 페르미 연구소,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 벨 연구소 등에서 연구를 계속했고, 클린턴 정부에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죠. 지금은 미국 뉴욕에 있는 연구 중심 대학인 렌슬러 폴리테크닉대학교 총장을 지내고 있어요. 셜리가 졸업식 축사로 했던 말은 이것이랍니다.

"앞을 보세요, 뒤돌아보지 말고. 위를 보세요, 밑을 내려다보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지치고 주눅 들 때는 여러분이 이미 건너온 다리와 올라온 산을 생각하세요. 크고 작은 방법으로 이 세상을 바꾸려고 해보세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