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겨울 새들 위해 '까치밥' 남겨… 줄기로 고급가구 만들죠
입력 : 2017.11.28 03:09
감나무
- ▲ /최새미씨 제공
이처럼 감나무는 오랜 세월 나눔의 상징으로 우리와 함께 했어요. 조상들은 감나무에 풍요를 기원했지요. 설날이면 마을 어귀 양지 바른 곳에서 자라는 감나무에 "열릴 테냐, 안 열릴 테냐? 열리지 않으면 베어버릴 테다" 하면서 낫으로 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고 여기에 팥죽을 뿌려 한 해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어요. 경상남도 의령군 백곡리에 있는 450살 먹은 감나무는 이처럼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던 '당산나무(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성스러운 나무)'였답니다. 사람들은 귀하게 모시는 고목(古木)인 당산나무 줄기에 금줄을 둘러 성스러움을 더하기도 했지요.
감나무의 열매인 감은 대표적인 가을철 과일이에요. 가을이 깊어가면 붉은 주황빛으로 익어가는데, 딱딱할 때 먹으면 타닌 성분 때문에 무척 떫은맛이 나지만, 20일 넘게 보관해 말랑말랑한 홍시가 되면 타닌 성분이 사라지면서 꿀같이 달아지지요. 감 껍질을 벗기고 말려 쫀득한 곶감을 만들기도 했고, 찹쌀 가루와 곶감 가루를 섞어 떡으로 빚기도 했어요. 조선 초기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에도 감이 포함됐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니 적어도 고려 후기 때부터 사랑받아온 셈이지요.
감나무는 중국과 일본, 한반도 남쪽 지역에서 널리 재배해왔고, 서양에서는 보기 드문 식물이에요. 주렁주렁 감이 열리기 전까진 미처 감나무임을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도 많은데요. 봄에는 연노란색 귀여운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두껍고 반들반들한 달걀 모양 잎이 무성한데, 대부분 조경수(경치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나무)인 줄로만 안답니다. 감나무 잎은 크기가 17㎝에 이르기 때문에 수확할 때까지 감을 꼭꼭 숨겨주는 역할도 해요.
감나무 줄기는 거북이 등 껍데기처럼 볼품없어 보이지만 사실 고급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요. 속이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답기 때문에 골프채 머리 부분을 만드는 데도 쓰지요. 특히 감나무 목재 중 검은 무늬가 있는 것을 '먹감나무'라 부르며 장롱이나 문갑, 사방 탁자 등 귀한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했답니다.
감나무속(屬) 나무 중에는 고욤나무도 있어요. 얼핏 감나무처럼 생겼지만 열매 지름이 1.5㎝ 정도로 작고, 잎도 감나무보다 훨씬 작지요. 짙은 주황색으로 익는 홍시와 달리 고욤나무 열매는 누런색으로 익어요. 건강한 감나무를 만들려면 고욤나무 뿌리를 대목(臺木·접붙이는 나무)으로 접붙이기(식물 일부를 떼어 다른 식물에 붙이는 작업)를 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