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최고가 5000억… 걸작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까요

입력 : 2017.11.25 03:05

[명작과 가격]

현존 작품 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입체주의'로 미술 혁신한 피카소 등 희소·예술성 인정 받아 고가로 거래
국내 최고 낙찰가 '65억'… 김환기 作

작품 1 -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약 1500년
작품 1 -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약 1500년

16세기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가격인 4억5030만달러(약 4900억원)에 낙찰됐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어요.

예수 그리스도 모습을 그린 기독교 성화(聖畵·종교화)인 작품1은 왜 그토록 비싼 값에 팔렸을까요? 르네상스 시대 최고 예술가이자 과학자, 발명가로 명성을 떨친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이라는 '이름값'(브랜드)이 미술 시장 역사를 새로 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어요.

다빈치의 명성은 세월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그만큼 작품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지는데 작품은 20여 점에 불과해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거예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비해 물건이 부족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인 희소성 법칙이 작용하는 거죠.

다빈치 그림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구매자도 세상에서 단 한 점뿐인 이 작품이 소중한 보물이라고 판단하고 최고 가격을 불러 반드시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미술 경매에서는 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작품을 가질 권리를 얻거든요.

1년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약 900만명 가운데 85%가 다빈치의 걸작인 '모나리자'를 감상하고자 방문한다고 해요. 프랑스는 '모나리자'의 경제적 가치가 약 4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어요. 명화 한 점이 한 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같은 이유로 20세기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작품도 경매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고 있어요. 작품2는 2015년 5월 세계적 경매 시장 크리스티에서 당시 미술 경매 가격으로 최고인 1억7940만달러(약 1960억원)에 낙찰되는 신기록을 남겼어요.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가 최고 경매 기록을 갈아치우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영광을 누렸지요.

작품 2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55년
작품 2 -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55년

피카소는 19세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어요. 거장 그림을 재해석한 작품이 왜 상상하기도 힘든 가격에 낙찰되었을까요? 피카소 화풍의 특징인 입체주의 기법으로 그린 걸작이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는 동료 화가인 브라크와 혁신적 미술 사조인 '입체주의'를 처음으로 만들어내고 미술계에 전파한 업적을 남겼어요. 입체주의란 3차원 사물을 여러 방향(다시점)에서 관찰한 모습을 2차원 화폭에 입체적으로 표현한 기법을 말해요. 이전 화가들은 한 방향(일시점)에서 바라본 대상을 그림에 표현했어요. 이 그림을 산 사람은 현대 미술의 황제인 피카소가 그린 입체주의 대표 작품이 예술성이 높은 데다 미술사(美術史)적으로도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거죠.

훌륭한 예술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눈과, 원하는 작품을 살 수 있는 부유한 수집가들도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영국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52)의 대표작인 작품3에는 방부액을 채운 수조 안에 황금 원반을 머리 위에 얹고 순금 발굽과 뿔을 지닌 죽은 송아지가 들어 있어요.

죽은 송아지는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점, 황금은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인들을 상징합니다. 인간이 제아무리 돈에 집착해도 죽음은 우리가 가진 재물을 빼앗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이 작품은 2008년 9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35만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203억원)에 낙찰되었어요. 허스트는 현재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작품 값이 비싸기로 유명해요.

(사진 왼쪽)작품 3 - 데미안 허스트, 황금 송아지, 2008년. (사진 오른쪽)작품 4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6년
(사진 왼쪽)작품 3 - 데미안 허스트, 황금 송아지, 2008년. (사진 오른쪽)작품 4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6년. /블룸버그

그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작가가 된 데는 영국 기업가이자 수집가인 찰스 사치의 도움이 컸어요. 사치는 일찍이 런던 골드스미스 미술대 학생이던 허스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작품을 많이 사주었어요. 그리고 자기 갤러리와 여러 전시회에 허스트 작품을 출품시켜 스타 작가가 되도록 후원했지요. 사치는 수집가들이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면 역시 작품 가격이 오릅니다. 우리나라 이우환(81) 작가의 작품4는 2014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팔렸어요. 동양 사상과 우주의 이치를 담은 이 작품이 해외 경매에서 비싸게 팔린 것은 이우환 작가가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에 이어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개인전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세계적 미술관에 초대받은 작가의 작품 가격은 많이 오르게 돼요. 구매자들은 수많은 작가가 꿈꾸는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경력이 있다면 훌륭한 작가라고 믿게 됩니다. 즉 유명 미술관 전시는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증명서와 같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올해 K옥션에서 팔린 김환기(1913~1974) 작가의 '고요 5-IV-73 #310'(약 65억원) 이랍니다.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