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총 맞은 北 병사 살린 중증 외상 수술 최고 권위자

입력 : 2017.11.24 03:07

이국종 교수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지난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북한군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던 북한 병사가 의식을 되찾았다고 해요. 많은 국민이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48·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사진) 교수가 석해균 선장에 이어 북한 병사까지 살려냈다"고 안도했답니다.

이 교수는 중증(重症) 외상(外傷)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외과 의사예요. 중증 외상이란 일반적 응급조치 범위를 넘어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지거나 피가 많이 쏟아져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하게 부상당한 상태를 말해요.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 공장 기계 사고, 총격 사고 등으로 생기지요.

이 교수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우리나라 선박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유명해졌어요. 당시 석 선장은 해적에게 수차례 총격을 받고 위중한 상태였는데, 이 교수가 석 선장이 치료받고 있던 오만까지 날아가 어렵게 생명을 살려낸 것이지요. 이 사건을 계기로 열악한 우리나라 중증 외상 의료 현실이 드러났고, 전국에 거점 중증외상센터를 세우는 내용의 '이국종법'이 통과됐어요.

아주대 의대에서 공부한 이 교수는 국가유공자인 아버지 영향으로 의사의 길을 택했다고 해요. 그는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6·25전쟁에서 지뢰를 밟아 눈과 팔다리에 상처를 입은 장애 2급 국가유공자다. 이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대에 갔다"고 했지요.

한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의대 졸업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학교에 제적 신청을 내고 해군 갑판병으로 입대했는데, 이때 '파도를 헤쳐나가는 뱃사람 정신'을 배우고 의사 공부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요. 중증 외상 전문의 길을 택한 것에 대해선 "석·박사 지도 교수였던 외과 과장님이 외상외과를 해보라고 권해 대학에 남았는데, 이렇게 오래하게 됐다"며 "지금도 심각한 환자 수술을 맡으면 긴장된다"고 했지요.

이 교수는 중증 외상 수술법 중 하나인 '대미지 컨트롤'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의사이기도 한데요. 당장 생명에 위험을 주는 부위부터 응급 수술로 막고, 나머지는 시차를 두고 수술하는 방식이에요. 2003년 미국 외상센터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그가 이 수술법을 도입했을 때는 "수술을 하다 마는 것"이라는 반발이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대미지 컨트롤' 수술을 도입하면서 0~5%이던 중증 복합 외상 환자 생존율이 30~40%까지 올라갔고, 북한 병사 치료에도 이 기법을 썼답니다.

이 교수의 왼쪽 눈은 2년 전부터 보이지 않는 실명(失明) 상태예요. 오랜 스트레스와 과로가 누적됐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이 교수에게도 취미가 있어서, 대학 시절부터 베이스 기타를 수준급으로 쳐온 록 음악 애호가라고 합니다. 수년째 아주대 의대 밴드 동아리 지도 교수를 맡고 있고, 직장인 밴드 페스티벌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죠. 이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 명부"라고 했답니다.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