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곰·박쥐 등 잠자며 겨울나는 동물, 저체온 유지해 에너지 아껴요

입력 : 2017.11.23 03:07

겨울잠

이맘때면 많은 나무가 잎사귀를 떨궈요. 잎에서 쓰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숨만 쉬며 겨울을 나려는 것이지요. 잎눈과 꽃눈은 솜털 옷에 덮이고 쉽게 얼어붙지 않는 상태로 겨울을 견뎌요. 식물의 겨울나기랍니다.

동물도 겨울 맞을 준비를 해요. 멀리 따뜻한 곳으로 가 겨울을 보내는 동물도 있지만, 겨울잠을 자기도 하지요. 푹신한 털에 덮인 채 몸속에 저장한 먹이나 탱탱한 체지방을 소비하면서 겨울에도 거의 먹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요.

동물의 겨울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곰형'인데요. 우리나라의 반달가슴곰〈사진〉은 요즘 겨울잠에 들어가요.

반달가슴곰 사진
/장련성 객원기자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겨울잠을 자는데, 체온은 약 5도 정도만 떨어지지만 1분당 심장 박동 수는 4회로 뚝 떨어지지요. 1분당 호흡 수도 1~2회로 줄어 그야말로 죽은 듯 숨 쉰답니다. 산소 소비가 평소보다 75%나 줄어드니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아요.

사실 곰은 겨울잠을 자면서 중간에 깨어나 새끼도 낳고 젖도 먹인답니다. 물론 혹한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나 바위틈에 낙엽과 나뭇가지 등을 깔아놓고 할 수 있는 모든 보온 장치를 해 두지요.

'박쥐형'에 해당하는 동물은 대개 고슴도치나 박쥐, 햄스터처럼 크기가 작아요. 이런 동물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거의 0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거의 무기력한 상태랍니다. 겨울잠을 자려면 먼저 가을에 많이 먹어 체지방을 크게 불리지요. 축적한 체지방만 소비하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고 나면 보통 체중이 20% 정도 줄어요. 영장류 중에선 꼬리에 지방을 축적한 마다가스카르 꼬마여우원숭이만 겨울잠을 자요.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이 내려가는 '개구리형'도 겨울잠을 자요. 개구리나 뱀 같은 변온(變溫) 동물이 해당하지요. 이런 동물은 체온이 너무 떨어져 얼어 죽지 않으려고 따뜻한 땅속이나 물속에서 겨울잠을 자요. 특히 뱀굴은 보온과 보습에 아주 좋은 장소이지요. 개구리와 뱀은 낮 기온이 평균 15~16도 정도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답니다.

나비와 일부 나방을 비롯한 곤충도 겨울잠을 자요. 글리세롤 함유량이 많아 잘 얼지 않는 알이나 애벌레도 겨울을 잘 넘긴답니다.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도 있는데, 붕어는 얼음물 아래서 겨울잠을 자며 추운 날씨를 견딘답니다. 북미 쏙독새도 평소 38도였던 체온이 겨울잠에 들면 5도로 떨어지는데, 지금까지 겨울잠 자는 유일한 새로 알려져 있어요.

여름잠을 자는 동물도 있답니다. 달팽이나 개구리는 피부가 마르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거의 끊다시피 한 채 여름잠을 자요.

겨울잠의 비밀은 체온을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거예요. 이를 응용하면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겨울잠 자듯 휴면 상태로 유지시켜 훗날 살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