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사촌형 몰아내고 왕세자로… 사우디의 '미스터 에브리싱'
입력 : 2017.11.17 03:06
무함마드 빈살만
- ▲ /AP 연합뉴스
1985년 사우디에서 태어난 빈살만은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불리는 실세 중의 실세예요. 사우디 국왕인 아버지 살만 빈 압둘 아지즈(82)의 장남으로, 이변이 없다면 아버지 뒤를 이어 왕이 될 1순위 왕세자이지요.
빈살만은 사우디 킹사우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줄곧 사우디에서만 활동해온 '국내파'랍니다. 부인 1명과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호전적 성격의 야심가로 알려져 있는데, 어릴 적부터 '손자병법' 등 병법서를 즐겨 읽었다고 해요.
그는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였던 사우디를 개혁·개방으로 이끌 선도자로 주목받아 왔어요. 최근 사우디에서 금지돼왔던 여성의 자동차·비행기 운전, 경기장 관람을 허용하고, 홍해 해변에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 휴양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답니다. 서구 언론 인터뷰에서는 "사우디를 온건하고 개방된 이슬람 국가로 되돌리겠다"고 했지요.
그는 사우디 건국(1932년) 이래 국왕의 형제가 아닌 아들로서 왕세자 자리에 오른 첫 번째 왕자이기도 해요. 지난 6월 군대를 동원해 사촌 형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지요. 이는 사우디 국부(國父)인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의 유언을 정면으로 거부한 사건이기도 해요.
원래 사우디 왕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는 '부자(父子) 계승'이 아니라, 형이 동생에게 왕위를 넘기는 '형제 계승'을 원칙으로 해왔답니다. 초대 국왕이 숨을 거두기 전 "왕위를 형제끼리 연장자 순으로 상속하고 아들에겐 물려주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지요.
초대 국왕은 사우디 부족들을 통합하기 위해 20여 부족장 딸들과 정략적으로 혼인했어요. 그런데 왕자만 44명을 낳다 보니 아들들 나이 차가 웬만한 아버지·아들만큼이나 벌어졌지요. 초대 국왕은 부자 계승을 할 경우 훗날 나이 많은 삼촌이 나이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을 것을 우려했어요. 실제 2대 국왕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우디 왕들이 초대 국왕의 아들들이었지만, 빈살만이 왕세자가 되면서 왕위 계승이 손자 세대로 넘어간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이번 숙청이 50~60대가 장악해온 사우디 왕실을 바꾸려는 빈살만의 뜻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기성세대 때문에 사우디가 극단주의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죠. 빈살만이 장악한 사우디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