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생각하는 힘 잃은 인류가 사는 곳 '디스토피아'
입력 : 2017.11.10 03:06
'멋진 신세계'
- ▲ /ⓒ노키드|푸른숲주니어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1894~ 1963)가 쓴 '멋진 신세계'는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 짧은 평화가 찾아왔던 시기인 1932년에 나왔어요. '멋진 신세계'는 세계대전이 벌어져 기존 인류 문명이 거의 파괴된 지구를 배경으로 해요. 전쟁 때부터 600년 정도 시간이 흘러 과학이 극도로 발달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태어나지 않아요. 공장에서 인공수정으로 만들어지지요.
세계 정부가 들어서고 전쟁은 사라졌어요. 취업 걱정도 없어요. 인류는 알파부터 엡실론까지 여섯 계급으로 나뉘고, 그 계급에 맞는 직업을 갖게 되지요. 소비할 물자도 풍부해요. 절약이라는 말은 이제 쓰지 않아요. '더 소비하라. 새것을 쓰라'는 말만 나오지요. 놀거리도 풍부해요. 장애물 골프 같은 새로운 스포츠를 즐기죠.
그래도 심심하다? 그러면 방법이 또 있어요. '소마'라는 알약이에요. "환상적 효력을 지닌 소마가 있으니까. 한나절이면 2분의 1그램, 주말을 통째로 편안하게 보내려면 1그램이면 충분하지." 뭔지 느낌이 오나요? 바로 중독성을 가진 마약이에요. 왜 이곳이 디스토피아일까요?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거의 없어요. 인간은 그저 사회의 한 부품에 지나지 않아요. 태아 시절부터 조건반사와 수면 암시 교육으로 세뇌당하면서 크지요. 열대 지역에서 평생 노동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그런 환경에 불만을 갖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추운 환경에서 고통을 줘요. 따뜻한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교육하는 거지요. 책은 이런 '멋진 신세계' 주민들이 '야만인'이라 부르는, 마치 고대 인류 보존 구역 같은 곳에서 자라난 순수한 인류를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 나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온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더불어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 작품이에요. 두 책은 결정적 차이가 있답니다. '1984'는 생각과 행동이 철저히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죠. 쉽게 말해 북한 주민 같은 삶이에요. 하지만 '멋진 신세계'는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통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세뇌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웰은 책 읽는 걸 금지당하는 일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아무도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시대를 두려워한 셈이에요.
갈수록 물자는 풍족해지고 즐길거리는 많지만 깊은 생각은 하기 어려운 지금, 오웰보다는 헉슬리가 그렸던 암울한 미래가 더 섬뜩하게 다가와요. 어려운 책일 수 있지만 10대를 위한 새로운 번역본이 최근 나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