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경제 규모 커져야 소득·일자리도 늘어나요

입력 : 2017.11.10 03:06

[경제성장률]

국내서 생산한 물건·서비스 총합인 '국내총생산' 사용해 경제성장률 계산
경제 성장할수록 생산 활동 늘지만 빈부 격차 등 문제도 생길 수 있어요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았어요. 연말이 가까워지면 방학을 앞두고 성적표를 받듯이,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큼 경제적으로 발전했는지 평가가 나와요. 가장 대표적인 평가 분야가 바로 경제성장률이에요.

우리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은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요. 그 영향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도 있고 침체할 수도 있지요. 최근 뉴스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해요. 오늘은 경제성장률에 대해 알아볼게요.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생산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해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소득이 커진다는 뜻이에요. 경제성장률을 알아보려면 먼저 '국내총생산'이란 경제성장 지표를 알아야 하지요.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은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한 물건이 모두 얼마인가를 말해요. 일정한 기간(보통 1년)에 우리나라 국경 안에서 새롭게 만든 물건이나 서비스의 최종 가치를 돈으로 따져 모두 합한 거예요.


지난해 열린 경제 혁신 관련 콘퍼런스 모습.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생산과 판매, 소득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늘어 사회 전체에 활력을 가져와요. 사진은 지난해 열린 경제 혁신 관련 콘퍼런스 모습. /이태경 기자
우리나라 국경 안에서 생산한 물건·서비스만 따지기 때문에 생산하는 사람이나 회사가 외국 국적이어도 상관이 없고 중고 생산물은 제외하지요. 또 시장에서 거래한 물건·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하지, 개인적으로 사고판 물건은 포함하지 않는답니다.

보통 올해 국내총생산이 작년보다 늘었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했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반대로 국내총생산이 작년보다 줄었다면 경제가 침체했다고 판단할 수 있지요. 이렇게 올해 국내총생산이 작년보다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 바로 '경제성장률'이에요.

국내총생산 지표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만들어졌어요. 당시 한 나라 경제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주가나 철도 운송량, 철강 생산량 등 개별적인 통계뿐이었는데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라고 지시했고, 미국 정부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쓰는 국내총생산 지표를 만들었답니다.

국내총생산 지표는 곧바로 빛을 발했는데요. 대공황기였던 1932년 이 지표를 적용하자,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12.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이처럼 국내총생산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지표예요.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후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올랐고, 1980년대 중반에는 세계적 호황에 힘입어 매년 평균 10% 이상씩 성장하기도 했어요.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한때 마이너스 성장(전년보다 국내총생산이 줄었다는 뜻)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국민 힘으로 극복하면서 2000년대에는 3~4%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어요.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측정하는 또 다른 지표로 '국민총생산(GNP·gross national product)'도 있는데요. 일정 기간(보통 1년)에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만든 최종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돈으로 따져 합한 거예요.

요즘엔 세계화·국제화에 따라 자본이 국경을 넘어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어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 우리나라 사람을 고용해 물건·서비스를 생산해 국내 경제가 활발해지죠. 이런 이유로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외국인의 국내 활동 포함)을 국민총생산(외국인의 국내 활동 제외)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경제성장률 높으면 무조건 좋다?

많은 사람이 매년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관심을 가져요.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지면 안타까워하지요.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생산과 판매, 소득이 늘어나고 기업들도 많은 돈을 벌게 돼요. 생산이 늘고 기업 수익이 많아지면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지요.

경제 규모가 커져야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파이(pie)'가 커지는 거예요.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사람들의 소득도 줄어든답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도 경제 상황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는 없어요. 우선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만 포함하기 때문에 전업주부의 가사 노동이나 개인이 만들어 쓰는 생산 활동, 개인 간 인터넷 거래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 경제 규모가 커졌더라도 국민이 경제성장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선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해요.

그렇다면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답니다. 우선 경제성장이 계속되면 상품 가격이 매년 크게 오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생길 수 있어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개인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이에 따라 물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내가 받는 월급보다 물건 값이 비싸 생활에 어려움이 생겨요.

생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피해가 커질 수도 있어요. 교통사고가 늘어 자동차 수리 업체나 보험 회사가 늘어나도 국내총생산이 증가해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겠지만, 국민 삶이 전보다 행복해졌다고 볼 순 없겠지요. 양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질적인 경제성장까지 추구해야 하는 이유랍니다.


☞미니스커트·립스틱 효과

경제성장 수준을 비공식으로 측정하는 재미있는 지표도 있는데요. 우선 '미니스커트 효과(mini skirt effect)'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가라앉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많이 입는다는 주장으로, 한 사회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유명한 속설 중 하나예요. 이와 비슷한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도 있는데, 경제가 어려울수록 립스틱 같은 비교적 싸고 소소한 화장품을 많이 산다는 얘기랍니다.


조운학 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