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 우리나라에선 1929년 이후 멸종했어요

입력 : 2017.11.09 03:03

호랑이

최근 환경부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생물'을 주제로 투표(총 1만3500명 참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호랑이〈사진〉가 2427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답니다. 그 뒤로는 수리부엉이, 청개구리 순이었지요.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등 여러 지역에 살았어요. 특히 우리나라에는 호랑이와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길 바랐다는 내용의 건국신화에도 등장하고 여러 구전 설화에도 자주 등장하지요. '주역'에 나오는 '인방(寅方·호랑이가 있는 방향)'이라는 말도 만주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과 호랑이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동물 이야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 우리나라에선 1929년 이후 멸종했어요
우리나라 호랑이를 '한국호랑이' 또는 '백두산호랑이'라고 부르는데요. 압록강·두만강·송화강 발원지인 백두산의 해발고도 2000m 넘는 추운 곳에서 백두산호랑이가 살았답니다. 현재는 이 호랑이가 주로 러시아 연해주 시호테알린 산맥에 살고 있어 세계적으로 '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어요. 호랑이 아홉 종류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고,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적응된 강인한 호랑이지요. 가장 큰 것은 몸무게가 460㎏ 넘게 나가고 몸길이가 4m를 넘어요.

호랑이는 황금빛 몸통에 검은 줄이 굵고 힘차게 뻗어 있어요. 줄무늬 덕분에 숲이나 초원에서 눈에 띄지 않고 먹이에 접근할 수 있지요. 길목에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단숨에 먹이를 덮치는데, 큰 먹잇감은 10㎝ 넘는 송곳니로 목덜미를 물어뜯으면서 숨통을 끊어 놓아요. 주로 혼자 생활하는데, 자기 영역은 나무 기둥을 발톱으로 긁거나 오줌을 싸서 표시한답니다.

호랑이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이에요. 1900년대 초까지 10만 마리에 이르렀던 호랑이가 지금은 시베리아호랑이(한국호랑이), 벵갈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말레이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까지 모두 합쳐 50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요. 이 중 시베리아호랑이는 450마리쯤 살고 있지요. 아홉 가지 호랑이 가운데 발리호랑이와 자바호랑이 등 네 종류는 이미 멸종해 다섯 종류만 남았어요.

호랑이와 맞서는 동물은 큰 곰을 제외하면 거의 없어요. 20년 정도 사는데, 태어난 지 두 살 정도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고, 너덧 살이 되면 짝짓기를 해요. 새끼는 한 번에 서너 마리 낳지요.

털이 하얀 백호(하얀 호랑이)를 본 적 있나요? 아름다운 색과 희귀함 때문에 우리 조상은 백호가 신비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사실 털 색깔을 흰색으로 발현하는 열성 유전자를 가진 돌연변이랍니다. 야생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10만분의 1로, 유전병 때문에 오래 살기 어렵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1929년 경주 대덕산에서 호랑이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모습을 감추었어요. 북한은 중국과 함께 백두산 생물권 보전 지역을 만들고 시베리아호랑이를 보호하고 있답니다. 이곳에서 5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어서 통일이 돼 우리 손으로 백두산호랑이를 보호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