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가을이면 울긋불긋… 나뭇잎 속 색소 변화 때문이죠

입력 : 2017.11.07 03:05

단풍나무

단풍나무
/조선일보 DB
가을이 깊어지면서 도시 곳곳이 울긋불긋해졌어요. 나뭇잎 색깔이 초록색에서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바뀌는 '단풍(丹楓)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아침과 저녁 기온 차가 커지고 최저기온이 영하 언저리까지 내려가면 나무들은 붉고 노란 옷을 갈아입고 봄꽃보다 화려하게 변신한답니다.

단풍이 아름답게 드는 대표적인 식물은 역시 단풍나무〈사진〉예요.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에 불이 붙은 것 같은 선명한 빨간색이 두드러져요. 보통 10월부터 시작하는 단풍나무의 단풍 현상은 11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답니다.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드는 이유는 나뭇잎 속 색소 때문이에요. 사람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처럼 나뭇잎에도 엽록소,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있어요. 봄이나 여름에는 햇빛을 받아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초록색을 반사하는 색소인 엽록소가 가장 많이 드러나지만, 가을이 되어 온도가 낮아지고 수분이 부족해지면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주황·노랑이나 빨강을 반사하는 색소인 카로티노이드나 안토시아닌이 가장 많이 드러난답니다. 그래서 나뭇잎이 초록색에서 울긋불긋한 색으로 변하는 거예요.

단풍나무는 원래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매끈하고 키 큰 나무예요. 주로 내장산이나 지리산 같은 남부 지방 산에서 자라지만, 붉은 단풍색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많이 심어 놓았어요.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단풍나무와 비슷한 당(唐)단풍나무가 주로 자란답니다.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는 자세히 보면 달라요. 먼저 당단풍나무는 잎의 크기가 지름 9~11㎝로 단풍나무(지름 5~6㎝)보다 두 배쯤 커요. 마치 손가락을 쫙 편 것 같은 잎의 갈래 수도 당단풍나무는 9~11갈래, 단풍나무는 5~7갈래로 다르지요. 당단풍나무 잎에는 털이 있지만, 단풍나무 잎에는 털이 거의 없어요. 다시 말하면 단풍나무 잎이 당단풍나무보다 훨씬 작고 깔끔하답니다. 고로쇠나무도 나뭇잎 크기나 갈래 수는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 끄트머리에 톱니가 없다는 특징이 있어요.

단풍나무는 매년 9월이 지나면 나뭇잎 아래 잠자리처럼 생긴 열매를 맺어요.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씨앗을 멀리까지 퍼뜨린답니다. 이 모습을 표현한 한자가 단풍나무에서의 '楓(풍)'이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음식으로 접할 수 있는 설탕단풍나무도 있어요.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재료인 설탕단풍나무는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상징으로 유명하지요. 우리나라 단풍나무보다 키가 훨씬 크고 잎도 두 배 이상 큰 식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예요. 나무 수액(식물 뿌리·줄기·잎까지 흐르는 액체)의 당도(단맛의 정도)가 다른 나무보다 높아 이를 채취해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거랍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