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속옷으로 방귀 냄새 막을 수 없나'… 괴짜들의 황당 연구

입력 : 2017.11.03 03:07

'이그노벨상 이야기'

잼이나 버터를 바른 식빵 토스트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적 있나요? 이상하게 대부분 잼 바른 면이 바닥에 떨어지죠. 잘못될 일은 언제나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게 해요. 그냥 단순히 운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쪽 면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 2만1000개를 떨어뜨린 사람이 있어요. 이그노벨상 물리학 부문에서 상을 받은 영국의 로버트 매슈스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실험 결과 떨어뜨린 토스트의 62%는 버터를 바른 쪽으로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요.

오늘 소개하는 책 '이그노벨상 이야기'(살림)는 노벨상의 자매품 격인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주제로 해요. 이 상은 과학 유머 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가 매년 10개 부문에 수여하는 상이랍니다. 주최 측 설명을 들어볼까요.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만이 탈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이그노벨 유체역학상을 한국인이 받아서 화제였어요. 미국 버지니아대에 재학 중인 한지원씨가 커피 잔을 들고 걸어도 커피를 절대 쏟지 않는 법을 연구해 상을 받았지요.

이그노벨상 수상 사진
/이그노벨상 홈페이지

이런 것도 과학 연구인가 싶어요. 완벽한 홍차를 타는 법, 마늘이 거머리 식욕에 미치는 영향, 200명의 학생이 하루에 코를 몇 번이나 후비나 등을 연구했어요. '이런 걸 왜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거꾸로 비정상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지요.

1991년 이그노벨상을 제정하고, 지금도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미국의 마크 에이브러햄스〈사진〉가 쓴 책이에요. 그는 하버드대 응용수학과를 나온 수재였지만, 재미있는 과학 관련된 글을 쓰는 걸 좋아해 아예 '황당무계 연구 연보'를 발간하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천재와 바보의 경계에 선 괴짜들의 노벨상인 이그노벨 수상자 중 소개할 만한 사례들을 모았어요.

사람도 코끼리처럼 쉽고 빠르게 아기를 낳을 수 없는지, 사람이 먹는 항우울제를 먹으면 대합조개도 기분이 좋아지는지, 속옷을 잘 만들어 방귀 냄새를 막을 수는 없는지 등 독창적인 생각과 발견을 만날 수 있어요. 세상은 아직도 궁금한 것투성이지요. 자신의 호기심을 끝까지 따르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상이기도 해요.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요. 황당무계하면서도 과학적인 연구 주제와 방법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이 책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너무 웃겨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것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과학적 원리는 막상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깔깔 웃으며 읽도록 하는 매력적인 연구들이 한가득 있답니다.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