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열심히 일한 우주 비행체들, '포인트 니모'서 잠들다

입력 : 2017.11.01 03:05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

수명 다한 인공위성·우주선 파편 등 '우주 쓰레기' 떨어질 때 사고 위험 커 남태평양 '포인트 니모'로 낙하 유도
끈끈이 등 안전한 기술 개발 중이죠

올해는 인류가 처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지 60년이 되는 해예요. 1957년 10월 4일 옛 소련이 직경 58㎝, 무게 83.6㎏짜리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답니다. 이에 미국도 무게 13㎏짜리 소형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했지요. 우리나라는 1992년 8월 11일 최초의 국적 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렸어요.

인공위성은 지구 둘레를 도는 인공 별을 뜻해요. 통신이나 방송, 과학 탐사 등을 목적으로 과학자들이 우주로 띄워 올리는 장치이지요. 인공위성은 일정 기간 맡은 임무를 다하다 수명이 다하면 지구로 떨어지거나 지구 주위를 계속 돈답니다. 이처럼 더 이상 운용하지 않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파편 등을 '우주 쓰레기'라고 불러요. 오늘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에 대해 알아볼게요.

◇추락하는 우주 파편, 총알보다 20배 빨라

최근 중국의 소형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 1호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톈궁 1호는 중국이 2011년 9월 발사한 첫 우주정거장이에요. 지난해 3월 기능을 다한 후 우주 쓰레기가 됐는데, 최근 궤도가 급격히 낮아져 내년 초 지구 어딘가로 떨어질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 거예요.

[재미있는 과학] 열심히 일한 우주 비행체들, '포인트 니모'서 잠들다
/그래픽=안병현
톈궁 1호 같은 우주 쓰레기를 그대로 두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에 떨어지거나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다른 인공위성 등과 충돌할 위험이 커요. 현재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 가운데 지름 1㎝ 이상 되는 것은 50만 개 이상으로 이를 모두 합친 무게만 6300t에 달한답니다. 가장 오래된 우주 쓰레기는 1958년 미국에서 발사한 '뱅가드 1호'로 아직까지 지구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문제는 이런 우주 쓰레기의 파괴력이 엄청나 충돌 시 큰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인공위성은 떠 있는 높이에 따라 크게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구 가까이 도는 저궤도(고도 250~2000㎞) 위성은 지구 표면을 관찰하는 지구 관측이나 첩보 역할을 해요. 지구에 있는 건물 위치나 이동 수단의 경로를 알려주는 위치정보위성(GPS)은 이보다 높은 중궤도(고도 2000~3만㎞)에 있지요. 무궁화 위성 같은 방송·통신위성이나 기후를 예측하는 기상위성은 최대한 넓은 범위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정지궤도(3만 6000㎞)를 따라 돈답니다.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도 700㎞에 떠있는 다목적 실용위성은 초속 7.5㎞로, 고도 1만㎞에 떠 있는 중궤도 위성은 초속 4.9㎞로, 고도 3만 6000㎞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은 초속 3㎞로 지구를 돌아요. 저궤도의 우주 쓰레기가 총알(초속 약 0.9㎞)보다 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셈이죠. 우주에선 말라 비틀어진 페인트 조각 하나도 지구에서 250㎏ 물체가 시속 100㎞로 충돌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을 준다고 해요.

지난해 9월 유럽우주국의 위성 '센티널-1A'호에 있는 태양전지판에 불과 직경 1㎜짜리 우주 쓰레기가 충돌했어요. 이 사고로 센티널-1A호 태양전지판이 40㎝나 갈라지는 피해를 입었죠. 사고 이후 위성의 발전량(전기를 만들어내는 양)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유럽우주국은 성능이 불안정해진 위성의 궤도를 바꿔야 했답니다. 1981년에는 옛 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 1275'가 발사된 지 한 달 만에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300개 넘는 파편으로 쪼개지기도 했어요.

◇인공위성의 무덤, 포인트 니모

인공위성이 추락할 때는 총알보다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떨어져요. 인공위성은 보통 지구로부터 74~83㎞ 떨어진 높이에서 대기권과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며 불타기 시작하는데요. 크기가 작은 인공위성은 추락하면서 대기권과 마찰을 일으켜 불타 없어지지만, 큰 물체는 어느 정도 모양을 유지한 채 지구로 추락해요.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티타늄으로 만든 연료 탱크 등은 녹지 않고 지구로 떨어지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임무를 끝낸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지구로 내려오도록 유도한답니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의 궤도를 점차 낮춰 지구로 떨어뜨리는 거지요. 이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인 '포인트 니모'(Point Nemo)로 끌어내려요. 여기가 바로 '우주선의 공동묘지'라 불리는 곳이랍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십수년간 우주에서 열심히 일한 비행체들이 잠드는 곳이에요.

'포인트 니모'는 라틴어로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이란 뜻으로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 속 니모 선장의 이름을 딴 것이에요. 뉴질랜드와 남아메리카 대륙, 남극 대륙 사이에 있는 남태평양 한복판으로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도 2688㎞나 떨어져 있지요. 1971년 옛 소련의 우주선이 처음 이곳에 떨어졌고, 이후 최소 260개 이상의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이 이곳에 추락했어요.

이곳은 육지로부터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바닷물 표면 온도가 5.8도에 불과할 만큼 차가워요. 영양분이 풍부한 주변 바닷물과도 해류가 잘 섞이지 않아요. 이 때문에 바다 생물이 먹을 만한 먹이가 부족해 살아 있는 생명체가 거의 없지요. 우주 비행체를 떨어뜨리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죠. 또 '포인트 니모'는 상당히 넓답니다. 비행체가 대기권에서 불타면서 이리저리 깎여 나가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비행체가 수십 개 파편으로 쪼개져 반경 1000㎞까지 조각이 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 쓰레기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술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어요. 유럽우주국에서는 우주 쓰레기를 그물이나 작살, 로봇 팔로 붙잡아 수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소형 위성에 끈끈이 풍선을 매달아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빨리 현실화돼 우주가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