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옆이나 뒤로만 패스 가능… 미식축구와 사촌이에요

입력 : 2017.10.31 03:07

럭비

최근 우리나라 럭비 대표팀이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7인제 럭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안타깝게 실패했어요. 13년 만의 본선행을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답니다.

축구·야구·농구 같은 구기 종목에서는 대부분 동그란 공을 사용해요. 하지만 럭비는 달걀처럼 갸름한 타원형 공을 쓰지요. 우리나라에서 인기 스포츠는 아니지만,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은 FIFA 월드컵 축구와 하계 올림픽 다음으로 관중이 많은 국제대회랍니다. 또 7인제 럭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9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됐지요.

‘올 블랙스’ 뉴질랜드 대표팀의 한 선수가 2015년 럭비 월드컵 결승전에서 상대편인 호주 수비수를 따돌리며 ‘트라이’를 성공시키고 있어요.
‘올 블랙스’ 뉴질랜드 대표팀의 한 선수가 2015년 럭비 월드컵 결승전에서 상대편인 호주 수비수를 따돌리며 ‘트라이’를 성공시키고 있어요. /AP 뉴시스

럭비는 7명 또는 15명이 한 팀으로 경기를 해요. 공을 차거나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가지고 상대편 진영으로 달리는 게임이랍니다. 공을 들고 상대편 깊숙한 곳으로 달려가 H모양 골대 라인(인골·in goal)에 공을 찍으면 트라이(try)라고 해서 5점을 얻고, 인골 라인 위쪽으로 공을 차서 통과시키면 2~3점을 얻어요.

럭비는 1823년 영국 럭비 마을의 한 학교에서 풋볼 경기를 하던 윌리엄 웹 엘리스라는 학생이 규칙을 어기고 공을 들고 달리기 시작한 데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월드컵 우승팀은 '윌리엄 웹 엘리스 컵'을 들어 올려요.

럭비는 '아메리칸 풋볼'이라고 하는 미식축구와 비슷해요. 미식축구는 럭비를 변형한 스포츠랍니다. 럭비는 유니폼만 간단하게 입지만 미식축구는 어깨 패드부터 헬멧, 마스크 등 각종 장비를 입고 경기하지요. 럭비는 옆이나 뒤쪽으로만 패스할 수 있지만 미식축구는 앞쪽으로도 패스할 수 있어 모든 방향을 이용할 수 있어요.

럭비를 얘기할 때 뉴질랜드 국가 대표팀인 올 블랙스(All blacks)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올 블랙스는 유니폼 상·하의와 양말 등이 모두 검정이라 붙은 애칭인데요. 국가 대항전마다 '하카'라는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가슴과 팔꿈치를 손으로 치며 혀를 내미는데,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전쟁을 앞두고 사기를 높이고자 춘 전통 원주민 춤을 본뜬 거예요. 올 블랙스는 1987년 시작한 럭비 월드컵(15인제)에서 세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고 럭비 챔피언이지요.

뉴질랜드가 이처럼 독보적인 럭비 실력을 갖게 된 건 럭비협회에서 초등학생도 럭비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리파 럭비(Rippa Rugby)'에 앞장섰기 때문이에요. 허리춤에 묶은 리본을 빼앗는 게임으로, 신체 접촉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몸놀림이 아주 민첩해야 해요. 뉴질랜드는 리파 럭비를 통해 럭비가 거칠고 위험한 스포츠라는 편견을 줄여나갔고, 어린이들의 흥미를 키워 일찌감치 우수한 선수를 발굴할 수 있었답니다.

 

조보성 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