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가을은 살 꽉 찬 꽃게의 계절… 간장게장은 '밥도둑'
입력 : 2017.10.31 03:05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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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게(위)와 간장게장(아래).
'꽃게'라는 이름은 '곳게'에서 유래한 거예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게의 양 옆구리에 송곳 같은 것이 있어 곳게라고 한다"는 기록이 나와요.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꽃게를 '시해(화살처럼 생긴 게)'라고 했어요.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 같다. 대체로 게는 모두 잘 달리나 헤엄은 치지 못하는데 이 게만은 부채 같은 다리로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다."
꽃게는 6월 산란기(알을 낳는 시기)의 암꽃게가 가장 맛이 좋아요. 알을 낳고 나면 암꽃게보다 살이 꽉 찬 수게를 먹는 것이 더 낫답니다. 암게와 수게는배딱지 형태를 보면 구분할 수 있어요. 둥근 것이 암게이고 일자로 생긴 것이 수게예요. 어족(魚族) 보호를 위해 암게가 알을 낳는 7~8월은 법적으로 금어기(포획을 금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유통되는 것은 냉동 꽃게랍니다.
싱싱한 꽃게는 쪄서 먹거나 삶아서 살을 발라 먹는 것이 가장 맛있어요. 냉동 꽃게는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각종 채소를 넣어 찌개로 끓여 먹는 것이 좋아요. 옛날 우리나라 궁중에서는 게살을 일일이 발라서 두부, 숙주 등을 섞어 게딱지에 채운 뒤, 계란을 묻혀 지져내 장국에 넣어 삶아 먹었어요.
미국 대서양 연안에서도 우리나라 꽃게와 비슷하게 생긴 파란 꽃게(Blue crab)가 잡히는데, 우리나라 꽃게와 맛이 비슷하답니다. 미국에서는 게를 찌거나 삶을 때 끓는 물에 약간의 맥주와 매콤한 양념 소금을 넣어 먹어요. 또 게를 삶은 후 게살만 발라서 부침가루와 버무려 손바닥만한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지요. 이것을 크랩 케이크(crab cake)라고 하는데 미국 동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대표 꽃게 음식은 '밥도둑' 간장게장인데요. 손질한 꽃게에 달여서 식힌 양념간장을 여러 차례 부어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랍니다. 조선시대 음식에 관한 기록인 '규합총서(閨閤叢書·1809)' '주방문(酒方文·조선시대 조리서)' 등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항아리에 소고기를 담고 살아있는 게를 넣은 뒤 게가 소고기를 먹어 치우면 거기에 간장을 부어 게장을 담갔다고 해요.
꽃게를 삶거나 구우면 껍질이 빨갛게 변해요. 껍질에 있는 영양소인 아스타잔틴이 가열되면 붉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이지요. 아스타잔틴은 노화를 늦추고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어요. 다만 꽃게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어 고지혈증 환자들은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