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상상 속 '악마·유령·귀신' 독창적 선율로 살려냈어요
[무서운 이야기를 다룬 음악]
유령·악마 다룬 다양한 클래식 음악, 불협화음 등 흥미로운 진행 돋보여
무섭던 존재도 친근하게 느껴져요… 김연아도 '죽음의 무도' 맞춰 춤췄죠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어요. 서양에서는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을 많이 기대하는데요. 바로 '핼러윈(Halloween)'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의 전통 축제에서 유래했는데요. 켈트족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죽은 사람 영혼이 이승으로 잠깐 돌아온다고 믿었어요.
여러분도 미국 영화에서 유령이나 악마로 분장한 아이들이 호박등을 켜놓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 안 주면 장난친다!(trick or treat)" 하고 외치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거예요. 무서운 분장 때문에 공포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날이 핼러윈이지만, 그만큼 평소 발휘하지 못했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는 날이기도 해요.
클래식 음악에도 귀신, 악마, 마녀 등을 소재로 한 음악이 많은데, 모두 작곡가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빛나는 명곡이랍니다. 핼러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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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미유 생상스
이 곡은 프랑스 시인 앙리 카잘리스의 시를 토대로 만든 자유로운 분위기의 관현악곡인데요. 한밤중에 종이 울리고 죽음의 신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무덤에서 해골이 하나둘 일어나 기괴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는 게 줄거리랍니다.
이 곡은 해골의 춤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화려해지면서 절정으로 향하는데, 어느덧 날이 밝아 새벽닭 우는 소리가 들리자 해골들이 사라지면서 황급히 끝나죠. 마치 전설적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스릴러' 뮤직비디오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죽음의 무도'는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어요.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작품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피아노가 연주하는 솔로곡도 유명해요. 전반적으로 빠른 왈츠풍 댄스곡이기 때문에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전성기 때 이 음악에 맞춰 멋진 연기를 자주 선보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곡이에요.
유럽 문학 작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악마 캐릭터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일 거예요.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팔라고 유혹하는 악마죠.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이름을 붙인 음악 작품이 참 많은데요.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피아노곡으로 유명한 19세기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도 '메피스토 왈츠'라는 작품을 썼어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시인 레나우가 지은 '시로 쓴 파우스트'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마을 주막에서 추는 춤'이란 부제(보충 제목)가 붙은 이 곡은 술집에 들어선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의 바이올린 연주에 홀려 눈이 까만 아름다운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죠. 흥겹고 빠른 왈츠로 흥분감을 고조시키다가 메피스토펠레스의 꼬임에 빠진 파우스트가 사랑을 느끼는 부분은 감미롭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표현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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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의 핼러윈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축제예요. 클래식 음악에도 귀신·악마·마녀 등을 소재로 한 음악이 많답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피아노 연주곡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아주 무시무시한 불협화음과 천둥이 몰아치는 듯한 음향, 소용돌이치는 악상(음악적 감흥)으로 바바야가의 비행을 묘사하고 있어요.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가 절친한 친구였던 화가 하르트만의 그림 10점을 음악으로 묘사한 독특한 곡이랍니다. 아나톨리 리야도프가 작곡한 관현악 작품도 이와 제목이 같은데, 짧지만 가볍고 빠른 진행이 번개처럼 날아다니는 바바야가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죠.
제목에 '유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작품이 있어요. 현대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컴이 1970년 작곡한 '우아한 유령'이라는 곡이에요. 볼컴은 교향곡, 오페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특히 초기 재즈 피아노 연주 스타일을 좋아해서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만들었어요.
'우아한 유령'은 '세 곡의 유령 래그'라는 모음곡 중 첫째 곡인데, 볼컴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답니다. 그래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어딘가 모르게 잔잔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볼컴의 대표작이 된 이 곡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조지 윈스턴이 편곡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어요.
귀신이나 유령, 악마 등을 다룬 클래식 음악은 유독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는 작품이 많아요. 평소 낯설고 무섭게 생각했던 존재지만 이렇게 음악으로 들으면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번 핼러윈에는 이런 음악을 감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