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어린이 국회·초콜릿 법안… 어린 왕이 다스린 특별한 왕국
입력 : 2017.10.27 03:04
'마치우시 왕 1세'
- ▲ /시공주니어
마치우시는 어린 왕이었어요. 받아쓰기도 못하고 구구단도 못 외울 정도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어요. 그러나 그는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어요. 왕국은 외적의 침입으로 무너졌고 자신도 포로로 붙잡혔죠. 죄명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선동해 전 세계 왕이 되려 했다"였어요. 마치우시는 더 좋은 나라,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마치우시는 세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어요.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호령하는 왕이었지만 국력은 차츰 약해졌어요. 마치우시가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하자 이웃한 세 나라는 힘을 합쳐 마치우시의 왕국을 공격해요. 마치우시는 일반 병사로 변장해 전쟁터에 나가지요. 신하들이 어린 왕에게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자 제 발로 최전선을 찾은 거예요. 그리고 우연히 적들이 모여있는 진영에 침투해 상대편을 물리칠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 돌아와요. 국왕이 최전선에서 활약한다는 소식은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였고, 마치우시는 결국 적들을 물리쳐요.
마치우시의 개혁 정책은 이때부터 시작됐어요. 그동안 왕을 무시했던 신하들도 영웅이 돼 돌아온 어린 왕의 지시에 토를 달지 못했어요. 그는 여러 정책 중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정책에 집중했어요. 전국의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고 친한 친구였던 펠렉에게는 벼슬자리도 줘요. 아이들이 보내오는 편지를 빠짐없이 읽으면서 더 나은 정책을 찾아요.
마치우시는 어린이 국회를 만들고, 어린이에게 직접 나라를 다스릴 힘을 줘요. 어린이 국회의 요구를 볼까요. '사람들이 천사였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가 한 달에 한 번 유리창을 깰 수 있도록 해주세요' '모두에게 권총을 주세요'…. 그렇다면 아이들의 이런 황당한 요구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마치우시가 포로로 붙잡힌 걸까요? 책은 아이도 어른도 모두 결함이 있다는 걸 보여줘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깨달음도 주지요.
책을 쓴 야누슈 코르착(Korczak·1878~ 1942)은 폴란드에서 태어난 아동 인권 운동의 선구자였어요. 코르착은 마치우시 왕이 어린이 국회를 만들었던 것처럼, 자신이 운영했던 고아원에도 아이들이 직접 판결을 내리는 법정을 만들었어요. 그런 개인적인 신념을 20세기 초 프러시아, 러시아, 오스트리아 같은 강대국들에 휘둘렸던 폴란드의 현대사와 함께 녹여낸 책이에요.
폴란드에서 이 책은 '피터팬'처럼 널리 읽힌다고 해요. 국내에는 최근 폴란드어판 '마치우시 왕 1세'(시공주니어)를 번역한 첫 완역본(전체를 완전하게 번역한 책)이 나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