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애견으로 개량한 '황소 잡는 개'… 싸움왕 도사견도 불도그예요

입력 : 2017.10.26 03:08

불도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개에 물린 사람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어요. 크고 사나운 투견(鬪犬·싸움개)이 아니라 자그마한 프렌치 불도그라는 개가 사람을 문 거예요. '반려견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해마다 30여 명이 개에 물려 죽고 약 500만 명 정도가 개에 물려 다치는 사고를 당해요.

불도그(Bulldog·사진)는 뭉툭한 생김새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랑받는 애완견 중 하나예요. 그러나 원래는 도사견(土佐犬)과 맞수를 이룰만큼 사나운 싸움개였어요. 영국이 원산지로 17세기 초 '황소를 잡는 개'라는 뜻으로 '불도그'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1800년대 초 영국에서 투견을 금지하면서 점차 애완견으로 개량해 현재의 불도그가 됐어요. 그래서 같은 불도그라도 애견용은 작고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지만, 투견으로서 불도그는 크고 무서우며 거칠게 물어뜯어요.

불도그 사진
/위키피디아
사고를 낸 프렌치 불도그는 작은 크기의 불도그로 1800년대 영국 불도그와 프랑스 쥐잡이개를 교배해 얻었어요. 맹수가 작아지고 공격성이 줄고 애교가 더해진 모습이라 인기 만점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강인한 아래턱과 떡 벌어진 가슴, 커다란 머리와 주둥이가 불도그의 야성을 보여준답니다. 체중은 7~11㎏ 정도로 5㎏에 불과한 고양이만한 소형 품종도 나오지만, 아무리 작아도 불도그는 불도그란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싸움개 중의 싸움개로 불리는 도사견도 불도그의 일종이에요. 일본 도사 지방 재래종에 영국 불도그 등을 교배시켜 만든 싸움용 대형 개랍니다. 늑대에 맞서는 투견으로 키워졌고 불도그치고는 날씬하고 단단한 근육질 몸이지요. 작은 개는 30㎏부터 큰 개는 100㎏이 넘는 것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잊을 만하면 개에 물려 사람이 죽는 사고가 터져 나오는 것은 상당수가 도사견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시골에서 식용으로 기르다가 오히려 사람이 물려 죽는 일도 있고, 목줄을 한 도사견이 주인 할머니를 물어 죽인 일도 있었어요.

또 다른 대표적인 투견용 불도그가 핏불 테리어인데요. 불도그와 핏불을 교배해 도사견과 비슷하게 만든 싸움개랍니다. 사나운 기질을 가진 개들을 선택적으로 교배했기 때문에 매우 공격적이라 애완견으로 기를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독일이나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수입과 사육을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맹견(猛犬)으로 분류해 외출할 때 반드시 입마개와 목줄을 해야 해요.

개를 키울 때는 자기 개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해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인 시대라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반려동물만이 가족처럼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거예요. 이 안타까운 사고로 새로운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