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자유무역 지지하던 美, 자국 산업 보호로 돌아섰어요

입력 : 2017.10.20 09:51

[자유무역·보호무역]

자유무역, 국가 간섭 없이 국제거래
보호무역, 정부가 개입해 산업 보호
트럼프, 신보호무역주의 정책 펼쳐… 무역 비중 높은 국내 경제 타격 우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세탁기가 너무 많이 수입돼 미국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정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삼성·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세탁기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국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이것을 미국 기업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세이프가드(safe guard)'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세이프가드란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에 세금을 많이 붙여 가격을 비싸게 만들거나, 일정량 이상 외국 물건을 들여오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말해요.

이처럼 국가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간섭해 자기 나라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호무역'이라고 해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계속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지요. 그러나 한때 미국은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무역'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던 나라였답니다. 오늘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에 대해 알아볼게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무역은 인류가 나타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경제활동이에요.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 사람이 어부에게 자기가 수확한 곡식을 건네고 그 대가로 물고기를 가져오는 거래를 물물교환(物物交換)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나라 밖으로 확대된 게 무역이랍니다. 이처럼 무역은 나라와 나라끼리 서로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을 말해요.

유럽 사람들은 일찍이 기원전부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필요한 물건이나 특산품을 거래했고, 2000년 전 중국 상인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비단을 팔았어요. 이처럼 무역을 하면 국내에서 만들기 힘든 물건을 편리하게 구할 수 있고, 국내에서 잘 만든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 돈을 벌 수 있어 모두에게 이득이에요. 이때 외국 물건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수입, 우리나라 물건을 외국에 파는 것을 수출이라고 해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한 국내 기업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어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한 국내 기업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어요.
15세기 이후 유럽에는 보호무역주의가 대세였어요. 당시 사람들은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부강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요. 다른 나라 상인들과 물건을 사고 파는 대가로 금 또는 은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되도록 수입은 억제하고 수출은 최대한 늘려야 금·은을 많이 가질 수 있었죠. 이런 생각을 '중상주의(重商主義·mercantilism)'라고 불러요.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국내 산업을 잘 키워야 해요. 중상주의자들은 국가가 외국 물건에 아주 높은 세금을 매기거나, 수입하는 물건의 양을 제한하거나, 무역을 하는 개인 또는 기업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오늘로 따지면 높은 보호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 할당제, 수출 장려금 제도를 운영하자는 이야기죠.

그러나 18세기 후반 영국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무역에 국가가 일절 간섭하지 않아야 경제가 더 발전한다는 자유무역주의가 등장한 것이에요. 대표적인 사람이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1723~1790년)랍니다. 스미스는 두 나라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물건만을 생산해(국제 분업) 서로 거래하면 두 나라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이후 자유무역주의는 세계경제 질서를 지배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발전합니다.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

자유무역주의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대표적인 것이 영국과 프랑스처럼 일찍 산업혁명을 겪은 나라에 유리한 무역 정책이었다는 거예요. 이런 나라들은 품질 좋은 물건을 적은 돈을 들여 대량생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상품 경쟁력이 높았어요. 또 해외에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물건을 내다 팔 시장도 넓었죠. 그러나 1860년대 남북전쟁을 겪고 산업혁명에 뒤늦게 뛰어든 미국 같은 나라는 그런 혜택을 보기 어려웠어요. 이 때문에 19세기까지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했답니다.

분위기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바뀝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쥔 거예요. 미국도 품질과 가격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물건을 전 세계에 많이 내다 팔 수 있었던 거죠. 미국은 1947년 20여개 국가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을 체결하며 세계 무역 질서를 자유무역 중심으로 개편합니다. GATT는 각 나라가 외국 물건에 붙였던 세금(관세)을 줄이고, 수출입 양을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며, 나라가 주는 수출 보조금도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러나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개발도상국도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 역시 무역에서 손해를 보기 시작해요. 수출보다 수입이 커진 거죠. 이에 많은 나라들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식의 보호무역 정책을 폅니다. 이를 '신(新)보호무역주의'라고 불러요.

신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쇠퇴한 자국 산업까지도 보호하려는 아주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에요. 현재 미국도 그동안 오랫동안 쌓여온 무역 적자(수출한 금액보다 수입한 금액이 많아 손해를 보는 것)를 해결하기 위해 신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거랍니다. 경제적으로 힘 있는 나라가 힘 없는 나라에 취하는 보호무역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보호무역주의와는 약간 달라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적기 때문에 외국과의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이득이 전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요. 우리나라가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수출이 막히면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어요.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미국·중국 등 일부 선진국에 집중했던 수출 길을 다양한 나라로 넓히고, 수출국에 공장을 지어 물건을 생산·판매하는 현지화 전략을 세우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예요. 또 관광이나 대중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육성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답니다.





조운학 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