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의 책] 늑대와 자란 인간 소년… '나는 누구인가' 질문 던져요

입력 : 2017.10.20 03:12

정글북

정글북
/비룡소
늑대소년 모글리, 갈색곰 발루, 흑표범 바기라, 음험한 호랑이 시어칸, 그리고 늑대들의 우두머리 아켈라. 동화와 만화영화로 친숙한 '정글북'은 1907년 최연소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년)이 어린 독자들에게 들려주려고 쓴 작품이에요.

정글은 흔히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라고 부르죠.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힌다는 뜻으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살벌하다는 뜻이에요. 힘이 없으면 힘이 있는 자를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죠.

반면 갈색곰 발루가 모글리에게 설명하는 '정글의 법칙'은 마치 기사도(騎士道) 같아요. 약자에 대한 배려, 어른에 대한 존중, 자신에 대한 절제, 나를 낮추는 겸손함, 생존을 위한 인내…. 그리고 "당신과 나,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형제애와 동료애 정신까지요.

어른들은 때로 "세상이 정글"이라고 말하지요. 끊임없이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요. 키플링은 결국 인간 세상에서 지켜야 할 법칙들을 동물을 통해 눈높이를 낮춰 설명하고 있답니다.

정글을 떠나 인간 마을로 돌아온 모글리는 시어칸과 최후의 싸움을 시작해요. 시어칸을 물리치지만 마을에서는 쫓겨나고 말아요. 마을 최고 사냥꾼이라는 사람이 어린 모글리에게서 시어칸을 낚아채가려고 하거든요. 동물과 대화할 줄 아는 모글리는 사악한 존재라며 정글로 쫓아버린답니다. 정글의 법칙이 더 인간적인 대목이죠.

'정글북'을 책으로 접하지 않고 동화나 만화로 접했다면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소년이 주인공인데 왜 제목은 '정글북'일까. 본디 '정글북'은 작가가 인도 정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각기 다른 이야기 일곱 편을 묶은 단편집이에요. 책에는 몽구스와 코브라의 이야기를 다룬 '리키티키타비', 코끼리가 인간 소년 투마이와 교감을 나누는 내용의 '코끼리와 투마이' 등 다른 동물 이야기도 있어요. 모글리는 7개 단편 동화 가운데 3가지 이야기에서 등장해요. 모글리 이야기는 정글북의 절반뿐인 셈이죠.

늑대 사이에서 자라난 인간 소년 모글리, 홍수 때문에 무리와 떨어져 인간 집에서 살아야 했던 몽구스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정글북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저자가 영국인으로서 성장하면서 겪었던 경험이 바탕이 됐을 거예요.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수여했어요. 100명이 넘는 수상 작가 중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쓴 작가도 많답니다.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게를뢰프는 TV 만화영화로도 익숙한 '닐스의 대모험'을 썼지요. 노벨문학상 작가라고해서 어른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책을 썼던 것은 아니에요. 독서의 계절, 노벨상의 주인공이 썼던 책을 읽어볼 기회랍니다.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