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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피플] 탈원전 반대하는 환경 영웅 "원자력은 싸고 효율적"

입력 : 2017.10.13 03:13

마이클 셸렌버거

마이클 셸렌버거
/오종찬 기자
세계적 환경 운동가 마이클 셸렌버거(Shellenberger·사진) 환경진보 대표가 최근 한국을 찾았어요. 2008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Hero of the Environment)'인 셸렌버거는 우리나라의 탈(脫)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다양한 강연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해요. 현재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내에선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어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자란 셸렌버거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인류학자예요. 1980~90년대 남미 지역을 현지 조사하면서 공정 무역(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보통 무역보다 더 많은 대가를 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 셸렌버거는 다국적 대기업의 아시아 노동 착취부터 삼나무 숲 보호 문제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회·환경 운동을 벌였답니다.

특이한 건 셸렌버거가 환경 운동가이면서 원자력 발전(원전) 지지자라는 사실이에요. 그가 세운 환경 단체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는 미국 내 원전 폐쇄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죠. 실제 셸렌버거는 뉴욕주와 일리노이주 원전 폐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2013년엔 미국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해 원전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죠.

셸렌버거가 처음부터 원전 지지자였던 건 아니에요. 1999년엔 미국 서부 모하비 사막에 건설될 핵폐기물 저장소 건립을 저지하는 운동을 펼쳤고 2009년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지지했죠. 그러나 2010년 이후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생태계와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면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요.

그의 주장은 원전만큼 싸고 효율적이며 깨끗한 청정 에너지는 없다는 거예요.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일정하지 않은 발전량을 해결하느라 화석연료를 전보다 더 많이 써야 한다"고 했고, "한국의 모든 원자력 에너지를 태양광으로 교체할 경우 전남 신안 태양광발전 단지와 크기가 똑같은 발전소를 4400개나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또 "원전이 사라지면 인류는 싼 가격에 풍부한 에너지를 얻을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답니다. 이달 초엔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환경 운동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정부에 서한을 보내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죠.

우리나라 원전의 운명은 이번 주말 결정될 것으로 보여요. 앞서 정부가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원전 건설을 계속할지 말지를 시민 참여단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그 시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시민 참여단 478명이 13~15일 합숙 토론과 최종 찬반 조사를 진행하면 공론화위원회가 결과를 정리해 20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랍니다.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