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이자에 이자가 붙어 껑충… 아인슈타인도 놀라워했죠

입력 : 2017.10.13 03:13

[복리(複利)]

빌리거나 맡긴 돈의 사용료 '이자'
단리는 처음 맡긴 돈 기준으로 주고 복리는 이자 더한 총액에 맞춰 지급

시간 흐를수록 엄청난 차이가 나요

최근 초저금리(超低金利) 상태에 있던 은행 이자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해요. 올해 등장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1년에 2%대 이자를 주는 예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저축은행들은 이보다 더 높은 이자를 앞세우고 있죠. 금융 전문가들은 "이럴 때 복리(複利)의 힘을 빌려 저축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은행 이자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자에 이자를 더하는 '복리'

은행은 보험·증권·신용카드 회사 등 여러 종류의 금융회사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곳이에요. 은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bank'는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이 작은 탁자(banko) 하나를 놓고 서로 돈을 빌려주던 데서 유래했어요. 한자어인 '은행(銀行)'은 옛날 중국 상인들 모임인 '행(行)'이 무역을 할 때 '은(銀)'을 사용한 것에서 비롯됐답니다.

단리와 복리
/게티이미지코리아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주거나(예금),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거나(대출), 우리나라 돈을 외국 돈으로 바꿔주거나(환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주는 업무(송금) 등 여러 가지를 해요. 이 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예금과 대출이죠.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그 대가로 이자(예금이자)를 받고, 은행은 그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이자(대출이자)를 받는답니다. 이자란 돈에 대한 일종의'사용료'인 셈이죠.

은행이 고객에게 예금 이자를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예요. 단리(單利)와 복리이죠. 단리는 내가 예금한 돈(원금)에 대해서만 정해진 이자를 주는 것이고, 복리는 원금에 이자를 붙여 늘어난 액수(원리금)에 또다시 이자를 주는 방식이에요. 단리는 1년을 맡기든 10년을 맡기든 매년 똑같은 이자를 제공하지만, 복리는 원리금에 이자를 붙이는 방식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돈이 많이 늘게 돼요.

예를 들어 볼까요? 내가 100만원을 연 10% 이자를 주는 은행에 2년 간 맡길 예정이에요. 단리를 적용하면 내가 2년 후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돈(원리금)은 원금 100만원에다 이자 20만원을 합친 120만 원이 돼요. 1년마다 10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이자(10만원)를 두 번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리를 적용하면 첫해 10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이자(10만원)를 받고, 둘째 해에는 늘어난 돈(100만+10만=11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이자(11만원)를 받아 2년 간 총 121만원을 받게 된답니다.

이런 차이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예금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요. 만약 100만원을 10년 간 예금한다고 했을 때 ,단리를 적용하면 10년 후 200만원, 복리를 적용하면 259만원을 받을 수 있죠. 1만원에 불과했던 차이가 무려 59만원으로 훌쩍 커지는 거예요. 이런 복리의 위력을 두고 미국의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Einstein·1879~1955)은 "복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경이로워했어요.

◇24달러로 맨해튼을 산다고?

복리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어요. 미국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 섬 이야기인데요. 맨해튼은 세계 금융·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하죠.

맨해튼은 유럽 강대국들이 신대륙 발견에 나서기 전까지 인디언들의 땅이었어요. 1600년대 초 영국 탐험가 헨리 허드슨이 맨해튼을 발견했고, 이후 이곳으로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이 이주해 들어옵니다. 1626년 네덜란드 정부는 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살 땅을 마련하기 위해 맨해튼 섬을 원래 주인인 인디언으로부터 사들이게 돼요. 그러면서 이곳을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이름을 딴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라고 부르죠.

네덜란드 정부는 맨해튼 섬을 사면서 인디언들에게 얼만큼의 돈을 줬을까요? 네덜란드 식민지 총독이 당시 인디언들에게 건넨 돈은 고작 60길더(24달러). 그것도 현금이 아닌 귀걸이·목걸이 같은 장신구로 24달러 어치를 줬답니다. 아무리 돈의 가치가 현재와 달랐다 해도 너무나 싼 값에 노른자위 땅을 넘긴 것이죠.

하지만 이 돈의 가치는 '복리'로 계산 했을 때 전혀 다르게 나타나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존 템플턴(Templeton·1912~ 2008)은 인디언이 당시 받은 24달러를 연 이자율 8%의 복리로 은행에 예금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를 추정해봤어요. 그랬더니 불린 돈으로 현재(2006년 기준)의 맨해튼을 두 번 사고도 남아 LA 일부 지역까지 살 수 있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즉, 첫해 원금 24달러에 8% 이자가 붙고 그 다음 해 불어난 돈에 또다시 8%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380년간 복리를 적용했더니 24달러가 5조배(倍)만큼 뛰어 125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됐다는 얘기죠. 반면, 똑같은 8% 이자라 하더라도 단리로 예금했을 경우, 380년 후 받게 되는 돈은 9771달러에 불과했답니다. 복리의 위력이 엄청나죠?


[72의 법칙]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Lynch)는 금융 투자를 할 때 참고해야 할 공식으로 '72의 법칙(The Rule of 72)'을 만들었어요. 이를 활용하면 복리로 예금을 할 경우, 원금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쉽게 계산할 수 있죠.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72÷복리 이자〉

예를 들어, 복리 이자가 1년에 4%면 원금을 두 배로 불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4=18, 즉 18년이 걸리는 거예요.

이 법칙은 경제 성장률 계산에도 적용돼요. 매년 경제 성장률을 8%로 유지할 경우, 국민 소득이 현재의 두 배가 되는 시점은 72÷8=9, 즉 9년 후가 되죠. 물가 상승률이 4%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물가 수준이 지금의 두 배가 되는 시점은 72÷4=18 이라서 18년 후가 된답니다.

천규승 미래경제네트워크 이사장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