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북한 ICBM, 마지막 관건은 '고온에 견디는 기술'

입력 : 2017.10.11 03:04

[북한의 미사일 기술]

탄도미사일은 로켓 추진력이 특징, 순항미사일은 낮은 비행 장점이죠
北,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잇단 발사… 목표지점 타격 가능한지는 의문이죠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러시아 의원들이 외국 언론에 '북한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어요.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해 세계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한국·미국 당국도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늘(10일)부터 중국 공산당 당 대회가 열리는 18일 사이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갖고 있는 걸까요?

◇북한, 정상각(30~45도) 발사

지난 9월 15일 오전 6시 57분. 북한이 평양시 순안비행장에서 동쪽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어요. 화성-12형은 일본 하늘을 가로질러 약 3700㎞ 떨어진 북태평양 바다에 떨어졌답니다. 북한이 일본 본토를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 8월 29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예요.

미사일은 크게 탄도미사일과 순항(크루즈)미사일로 나뉘어요. 비행하는 방법에 따라 나누는데,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고 순항미사일은 비행기처럼 제트엔진으로 산소를 빨아들여 날아가는 미사일이에요. 탄도미사일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느리지만 낮게 비행할 수 있어 적의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엄청난 로켓 추진력을 바탕으로 파괴력 큰 무기를 실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착해왔어요.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탄도미사일도 미사일의 비행거리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답니다. 먼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은 주로 비행거리가 1000㎞ 이하인 미사일로, 러시아가 처음 개발한 스커드 미사일이 가장 유명해요. 스커드 미사일은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쟁 등 실제 전쟁에서 많이 사용됐어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비행거리가 1000~5000㎞인 미사일로 최근 북한이 일본 상공 너머 발사한 화성-12형을 비롯해 북극성-2형 등 많은 탄도미사일이 여기에 해당해요. 마지막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비행거리가 5500㎞ 이상인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1950년대 러시아가 처음 개발했어요.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 발사한 '화성-14형'은 ICBM에 해당해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정상각 발사'는 탄도미사일을 약 30~45도 각도로 발사하는 방식이에요. 비스듬하게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에 미사일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길게 비행하는 대신 비행 높이는 낮은 편이죠. 반면 '고각(高角) 발사'는 미사일을 거의 수직에 가깝게 높이 세워 70~80도로 발사해요. 비행 높이는 아주 높은 대신 비행 거리가 정상각 발사 때보다 짧죠. 많은 나라가 실전용으로 미사일을 쏠 때는 정상각으로 발사하고, 미사일의 성능을 가늠하거나 주변국에 무력을 과시할 때는 고각 발사를 한답니다. 고각 발사를 하면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이웃 나라와의 마찰을 피할 수 있어요.

◇대기권 재진입 성공? 오리무중

북한도 지금까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주로 고각 발사를 해왔어요. 주변국들의 항의를 피하고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직접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북한은 8월과 9월 '화성-12형'을 잇따라 쏘아 올리면서 처음으로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했답니다. 그 결과, '화성-12형'의 최대 비행고도는 770㎞, 비행거리는 3700㎞로 분석됐는데요. 평양과 미국령 괌 거리가 3400㎞인 점을 감안하면 '화성-12형'으로 괌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준 거죠.

이제 북한은 미국 본토(서부 해안)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요. 북한과 미국 서부 해안 간 거리가 약 1만2000㎞ 정도인데 이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전 세계를 위협하려고 하는 거죠.

실제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 '화성-14형'은 ICBM에 해당해요. 하지만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됐기 때문에 정확한 비행거리와 파괴력을 예측하기 어려워요. 분명한 건 ICBM은 단·중거리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오래 날아야 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엔진 추진력과 정밀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ICBM을 보유한 미국·러시아 등은 엔진 출력, 로켓 단(段) 분리, 유도 조종, 대기권 재진입 등에서 완벽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특히 미사일이 발사되면 대기권 바깥에서 최고 비행고도를 찍고 다시 대기권 안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바로 이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가 미사일 기술의 핵심이에요.

그러나 북한의 '화성-12형'과 '화성-14형'은 모두 대기권에 제대로 진입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답니다. 대기권에 진입하긴 한 건지, 진입하다가 폭발한 건 아닌지, 대기권에 진입하고 엉뚱한 곳으로 추락한 건 아닌지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죠.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실패로 보고 있어요. 먼저 '화성-14형'의 실제 대기권 재진입 속도를 바탕으로 탄두(미사일의 머리 부분)의 온도를 추정해본 결과 약 4000도 안팎이었는데, 같은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탄두의 온도가 무려 7000~8000도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탄두가 이런 엄청난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북한에 있는지 의문이라는 거죠.

또 대기권에 들어올 때 엄청난 마찰열로 탄두 표면이 불규칙하게 깎여나가는데 이를 제어할 만한 기술이 북한에 없다는 지적도 나와요. 탄두 표면이 불규칙하게 깎이면 탄두가 불안정해져 잘못된 장소에 떨어질 수 있죠. 그런데 '화성-14형'을 분석해봤더니, 탄두 표면이 불규칙하게 깎이는 걸 막아주는 '화학적 삭마(削磨·깎이고 갈림)'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