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나 하나쯤이야"… 조직 커지면 '무임승차' 꼭 생겨요
입력 : 2017.09.29 03:12
[조직 확대와 '링겔만 효과']
링겔만, 줄다리기로 증원 효과 실험 "당기는 사람 많아질수록 힘 덜 쓴다"
청년 취업 위한 '공무원 채용 확대' 규제 늘고 효율은 떨어질까 우려도
정부가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고 앞으로 5년간 공무원직 17만4000개를 포함해 총 81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요.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채용부터 늘리자는 것인데요. 공무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규제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지만, 개개인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사회 전체적인 활력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링겔만 효과가 무엇인지 알아볼게요.
◇1+1은 2랑 같다? 아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어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하면 혼자 할 때보다 더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이와 정반대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답니다. 팀으로 운동을 하거나 과제를 할 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 거죠. 링겔만 효과가 발생하는 거예요.
◇1+1은 2랑 같다? 아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어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하면 혼자 할 때보다 더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이와 정반대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답니다. 팀으로 운동을 하거나 과제를 할 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 거죠. 링겔만 효과가 발생하는 거예요.
- ▲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공시족’이 걸어가고 있어요. 정부는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고자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조직이 너무 커지면 개별 구성원의 생산성은 떨어지는‘링겔만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아요. /오종찬 기자
이를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농업공학자였던 막시밀리앙 링겔만(Ma ximilien Ringelmann·1861~1931)이에요. 링겔만은 말의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마차를 끄는 두 마리 말의 힘이 한 마리가 끌던 때 힘의 2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링겔만은 이런 현상이 과연 사람에게도 나타나는지 알아보려고 줄다리기 실험을 했답니다. 참가자들이 각자 얼마나 세게 줄을 당기는지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전체가 줄을 당길 때의 힘과 개인이 혼자 줄을 당길 때의 힘을 비교한 거죠.
결과는 놀라웠어요.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고 해서 전체 힘이 그와 비례해 커지지 않은 거예요. 예를 들어 개인 한 명이 가진 힘의 크기를 100으로 봤을 때 2명이 줄을 당기면 한 사람당 93, 3명이 줄을 당길 때는 85, 더 나아가 8명이 줄다리기를 할 때는 겨우 64 정도의 힘밖에 쓰지 않은 거죠. 즉 3명이 3인분의 힘을 쓴 게 아니라 2.5인분을, 8명이 8인분만큼 노력한 게 아니라 5인분의 힘만 쓴 거예요. 인원이 많아질수록 개인의 공헌도는 작아진다는 것,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심리가 있다는 게 밝혀진 거죠.
◇나 하나쯤이야… 무임승차까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로 집단 속에서는 개개인이 하는 일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꼽혀요. 30명이 줄다리기를 하면 사실 누가 최선을 다했는지, 누가 그냥 줄만 잡고 있었는지 알기가 어렵죠. 또 줄다리기에서 지더라도 패배의 책임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때문에 별로 부담이 없어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요. 이렇게 개인의 공헌도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려져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 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링겔만 효과가 나타나요. 큰 조직에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무임승차(Free Ride)'하는 사람들이 꼭 등장하는 이유예요.
거대 조직 속에서 일하다 보면 구성원들이 자기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조직 속 부품처럼 여겨 일할 의욕을 잃는다는 분석도 있어요. 자연스레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거죠.
또 조직 구성원이 많아지면 조직 목표에 대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고 좋은 팀워크를 발휘하기도 어려워져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지 몰라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이유로 많은 대기업이 '일을 잘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인원은 몇 명인가' 고민한답니다. 일 잘하는 인재를 일정 숫자 이상 같은 팀에 배치하지 않는다거나, 팀을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택하는 거죠.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Bezos)도 "라지 사이즈 피자 2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6~10명 정도의 인원이 팀 구성에 최적"이라고 말했어요. 그 정도 작은 인원이어야 구성원들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며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한다고 본 거예요.
링겔만 효과는 정부·기업·학교 등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답니다. 따라서 조직 내 인원을 확대할 때에는 링겔만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요. 지금도 비대한 공무원 조직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만약 공무원 조직을 늘린다 하면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용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규모의 경제]
경제학에는 생산 요소를 늘림에 따라 비용에 비해 총생산량이 더 크게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라는 현상이 있어요. 자동차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이 대표적인 예죠. 그에 반대되는 개념이 '규모의 불(不)경제'인데, 어업 자원 고갈에서처럼 생산 요소를 늘렸는데도 총생산량이 그보다 낮은 비율로 증가하는 현상이에요. '링겔만 효과'와 유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