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초속 14m로 달려드는 '하늘 나는 전갈'… 성묘길, 벌집 조심하세요

입력 : 2017.09.28 03:06

말벌

곧 추석이에요. 많은 사람이 고향을 방문하고 조상 묘를 찾죠. 훈훈한 날이지만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나요. 벌초(묘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주위를 정리하는 것)를 하면서 실수로 벌집을 건드려 벌떼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말벌〈사진〉이나 땅벌도 무섭지만 어느새 전국에 퍼진 외래종인 등검은말벌도 무서운 종이죠.

말벌
/네이처 제공
땅벌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달라붙고 옷 속으로도 파고들어요. 주로 나무뿌리 등에 층층이 나누어진 아파트형 벌집을 짓고 사는데, 벌집을 건드리면 막무가내로 몰려들어 침을 쏘아붙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크기는 꿀벌만큼 작고 나무 수액을 주로 먹는데 꿀벌 같은 곤충을 사냥해 먹기도 해요. 일본에서는 쌀알처럼 생긴 땅벌 애벌레를 별미로 쳐서 쌀밥 지을 때 넣기도 한답니다.

말벌은 곤충이나 곤충 알을 주로 먹어요. 꿀벌 집 앞을 지키며 보는 족족 꿀벌을 잡아먹는답니다. 이미 죽은 벌은 먹지 않고 벌집 안에 들어가 꿀도 빼앗아 먹고 알도 끄집어내 먹어요. 꿀벌이 침을 쏘며 방어하지만 말벌에겐 소용이 없죠. 꿀벌은 끝이 갈고리처럼 생긴 독침이 내장과 연결돼 있어서 한번 침을 쏘면 사망하지만, 말벌은 갈고리 없는 독침을 계속 몸 안으로 갈무리해 수십 방이나 쏘아댈 수 있답니다. 턱도 강해 한 번 물린 사냥감은 치명상을 입죠.

나방 알도 말벌의 좋은 먹잇감이에요. 그래서 말벌이 많으면 나방 수도 줄어들어요. 특히 장수말벌은 소나무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사냥해요. 우리나라 소나무와 숲을 지켜주는 셈이죠.

토종벌 중 장수말벌은 가장 크고 공격성이 강해요. 건물 벽과 천장, 절벽 등에 집을 짓고 일대를 누비다가 누군가의 방해를 받으면 가차 없이 공격하는데 한 번만 쏘여도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날개를 다 폈을 때 길이가 7.6㎝에 달하고 공격할 때 초속 14m로 달려들어 '하늘을 나는 전갈'이란 별명을 갖고 있답니다.

벌은 개미같이 가슴과 배 사이가 실에 매단 듯 가늘어요. 그래서 좁고 작은 벌집과 꽃, 나무와 풀의 틈새를 드나들며 일하는 데 능숙하죠. 가느다란 개미허리와 벌 허리가 마치 끊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먹고사는 데 중요한 작업줄인 셈이에요.

말벌은 아열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살지만 우리나라 같은 온대 지방에선 겨울나기를 해요. 여왕벌이 낙엽 틈새에 묻혀 겨울을 나고 봄에 작은 집을 지어 방마다 알을 낳죠. 알은 일주일 만에 부화되고 보름 정도면 고치가 되는데 이렇게 비단실에 싸여 하얗게 부풀어 오른 고치 가득한 벌집 방에서 벌이 나와요.

이처럼 벌집이 어디 있고 벌이 어떻게 사는지를 알면 성묘길 사고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벌이 들락거리는 곳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답니다. 그냥 하늘을 나는 벌은 위험하지 않답니다.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