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4] '저희'와 '우리'

입력 : 2017.09.27 03:13
전교 임원회 친구들이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건의했어요. "선생님, 저희 학교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 좋겠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온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졸랐어요. "아빠, 저희 집에도 로봇 청소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TV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토론자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저희 나라는 언제쯤 통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쁜 말 바른 말] [4] '저희'와 '우리'
/그림=정서용
많은 사람이 이렇게 잘못된 표현을 쓰고 있어요. 어떤 점이 잘못되었나요? 혹시 왜 잘못인지 알고 있나요?

위 세 가지 사례에서 '저희 학교'는 '우리 학교'로, '저희 집'은 '우리 집'으로, '저희 나라'는 '우리나라'로 고쳐 써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선생님, 저희 집은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 저희 회사는 친환경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판사님, 저희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위에 든 예시처럼 '저희'는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속한 집단을 낮추는 표현이랍니다. 그러니 상대방이 '나'와 같은 집단에 속한 경우에는 비록 듣는 사람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도 '저희'가 아닌 '우리'를 쓰는 것이 맞습니다.

단, 나라나 민족 같은 집단을 가리키는 말은 원칙적으로 낮추지 않아요. 상대방이 나와 같은 집단에 속하지 않아도 '저희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로, '저희 민족'이 아닌 '우리 민족'으로 써야 해요.


류덕엽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관(전 삼릉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