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포르투갈 출신 '세계 대통령'… 대륙별 순환 배출이 관례

입력 : 2017.09.22 03:14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 총회' 참석 중입니다.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68·사진) 유엔 사무총장을 찾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후임이에요. 올해 1월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했죠.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최고 외교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부를 만큼 위상이 높은 자리예요. 193개 회원국을 거느린 거대 조직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이자, 전 세계 곳곳의 분쟁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949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전기 회사 직원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대학에서 물리학·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빈민가 봉사 활동을 계기로 정치인을 꿈꾸게 됩니다. 스물다섯 살 때 사회당에 입당한 그는 20여년 간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발히 활동했어요. 1995년에는 총선에서 승리하며 포르투갈 국무총리(1995~2002년) 자리에 오릅니다. 퇴임 후엔 2005~2015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를 지내며 중동·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렇다면 유엔 사무총장은 어떻게 뽑을까요?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주요 조직 중 하나인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추천하면 이를 유엔 총회가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으로 뽑죠. 사실 구테흐스 총장 전까지만 해도 안보리 다섯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 비공개로 특정 후보를 추천한다는 비판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유엔이 공개적으로 사무총장에 도전할 후보 신청을 받고, 각 후보가 정견(政見)을 밝히는 '유세 방식'을 처음 도입했어요. 구테흐스를 비롯해 후보가 모두 12명 출마했죠. 안보리 이사국 15곳은 이 후보들을 꼼꼼히 살핀 뒤 각 후보에게 '권장' '비권장' '의견 없음' 중 하나를 택해 표를 던진답니다. 그러면 가장 많은 '권장'표를 받은 후보가 추려지게 되고 이 후보가 유엔 총회에 사무총장 후보로 올라가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지지를 받더라도 상임이사국 5곳 가운데 한 국가라도 반대하는 후보는 총장이 될 수 없어요.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중국 같은 강대국 대신 중소(中小) 국가에서 맡는 것이 관례예요. 또 서유럽·동유럽·미주·아프리카·아시아 등 다섯 권역에서 한 번씩 돌아가며 총장을 배출하는 지역별 순환이 암묵적 원칙이랍니다. 이번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동유럽 출신 여성 후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는데, 구테흐스가 선출되며 예상이 빗나갔답니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8명)을 보면 외교관, 교수, 장관 등 직업이 다양해요. 특히 국제기구에서 활동해오던 사람이 많죠. 여러분도 큰 포부를 갖고 국제기구에서 일할 기회를 노려보면 어떨까요?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