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달콤한 카카오 농장의 씁쓸한 비밀
입력 : 2017.09.22 03:14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
연인이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을 선물해요. 초콜릿은 달콤하죠. 먹으면 심장이 뛸 정도로 달아요. 그런데 달콤함을 모른다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요. 미국 아동문학가 타라 설리번이 쓴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푸른숲주니어)는 아프리카 대륙의 한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형제를 통해 초콜릿에 숨겨진 섬뜩한 모습을 모여준답니다.
카카오는 바로 초콜릿 원료죠. 매일같이 카카오를 수확하지만 정작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은 맛본 적 없는 형제가 주인공이에요.
카카오는 바로 초콜릿 원료죠. 매일같이 카카오를 수확하지만 정작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은 맛본 적 없는 형제가 주인공이에요.
- ▲ /푸른숲주니어
아마두는 동생 세이두(8)와 함께 쉽게 돈 벌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집을 떠났어요. 버스 기사 말을 철석같이 믿었죠. 버스 기사는 형제를 카카오 농장으로 데려갔어요. 하루에 카카오 열매를 90개 이상 따야 해요.
그런데 돈은 한 푼도 주지 않아요. 농장 주인은 버스 기사에게 몸값을 줬으니 그만큼 일해야 집에 돌려보내겠다고 해요. 알고 보니 노예로 팔려온 것이었어요. 도망칠 수도 없어요. 동생 세이두는 겁도 많고 체력도 약하거든요. 형제는 최저임금도 없이 멀건 죽만 먹으며 하루하루 일해요. 얼마나 일해야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형제는 알지 못해요.
매일같이 반복되던 삶은 하디자(13)라는 소녀가 등장하면서 바뀌어요. 하디자는 이웃 나라에서 납치됐어요. 학교에 돌아가서 공부를 계속할 거라며 꼭 탈출할 거라고 하네요. 하디자는 끊임없이 카카오 농장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아요. 탈출해도 곧 붙잡히고, 얻어맞고, 밥도 굶게 되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아마두와 세이두 형제는 하디자와 정반대예요. 두 사람은 탈출을 진작에 포기했어요. '오늘 하루만 무사히'라는 마음으로 농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요. 그래서 탈출할 기회가 생겨도 머뭇거려요. 가끔 변덕스러운 농장 주인이 음식을 넉넉하게 주거나, 마음씨를 곱게 쓰면 오히려 감사함을 느껴요. '예측 가능한 지옥'과 '예측 불가능한 바깥세상' 사이에서 두 사람은 이미 선택을 끝낸 셈이죠. 그렇지만 하디자가 등장하면서 아마두와 세이두의 생각은 흔들리기 시작해요.
하디자는 왜 옆 나라에서 농장으로 납치됐을까요? 아마두와 세이두는 하디자와 함께 초콜릿 농장에서 탈출해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나면 초콜릿의 단맛 속에 숨겨진 쓴맛이 강렬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리고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이 시작된 이유를 알게 될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