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카네기·록펠러… 독과점 폐해 커지자 규제 시작했죠
입력 : 2017.09.22 03:14
[기업과 정부 규제]
정부, 대기업 총수 친척회사도 감시
"시장 위축" "제재 필요"의견 분분
美 20세기 최고 부자 록펠러도 정부 규제받아 회사 해체해야 했죠
이달 초 인터넷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準)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어요. 설립자인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됐죠. 기업들의 거래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기관이 네이버를 단순한 IT 벤처기업을 넘어서는 '준재벌'로 지목한 거예요. 이렇게 되면 네이버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비롯한 경영 활동 전반을 공시(公示)해야 하고, 총수의 친·인척 회사는 네이버 계열사들과 어떤 거래를 하는지 감시받아야 한답니다. 이를 둘러싸고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과 "공정한 경제를 위해 필요한 제재"라는 의견이 엇갈려요. 정부는 왜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을 규제하는 걸까요?
◇자본가, 산업화 이끌고 독과점 낳아
기업 규제란 정부가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감시하고 이들이 시장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하는 일을 막고자 다양한 통제 수단으로 제재하는 것을 말해요. 기업 규제 역사는 자본주의 발달과 관련이 깊답니다. 특히 '기업의 나라'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불렸던 미국 사례를 통해 그 흐름을 알 수 있어요.
◇자본가, 산업화 이끌고 독과점 낳아
기업 규제란 정부가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감시하고 이들이 시장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하는 일을 막고자 다양한 통제 수단으로 제재하는 것을 말해요. 기업 규제 역사는 자본주의 발달과 관련이 깊답니다. 특히 '기업의 나라'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불렸던 미국 사례를 통해 그 흐름을 알 수 있어요.
- ▲ 1884년‘독점 괴물(The Monster Monopoly)’이라는 제목의 만평. ‘석유왕’록펠러의 회사인‘스탠더드오일’이 문어발처럼 무분별하게 작은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주거나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생겼어요. 또 작고 약한 기업은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크고 강한 기업만 살아남아서 하나(독점) 또는 소수(과점)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했죠. 이것을 '시장 실패'라고 불러요.
이처럼 초기 자본주의는 빈부 격차를 낳았고 이는 대공황이라는 경제 위기로 이어졌어요. 1929년 미국도 극심한 경제 대공황을 피할 수 없었죠. 당시 미국이 대공황을 겪은 원인 중 하나가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시장경제 질서 혼란인데요. 대공황 이전에 미국의 산업화에 앞장섰던 기업가, 즉 '철강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금융왕' J.P. 모건이 대표적이에요.
19세기 미국은 당시 주요 산업이었던 석유·철도·제강 같은 분야에서 소수 기업가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작은 기업들을 흡수하는 인수 합병이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1860년대 석유 산업에 뛰어든 록펠러는 1879년 석유업계 기업들을 대거 통합해 거대한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Standard Oil Trust)'라는 회사를 세웠죠. 이 덕분에 록펠러는 전체 미국 정유 시장의 90%를 차지하게 돼요.
시장을 독점한 기업들은 생산량 조정, 가격 인상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죠.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대자본가들의 독과점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어요. 미국 사회는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과 이에 맞서 반발하는 근로자들 간 대결로 시끄러워졌어요.
◇"나쁜 기업 제재" vs "경제 위축"
1901년 취임한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 기업 규제에 나섰어요. 이른바 '나쁜 기업과 전면전'을 선포한 거예요.
그는 1903년 미국 법무부에 처음으로 '독점금지국'을 만들었어요. 훗날 미국 연방정부가 기업 규제에 나서게 되는 밑바탕이 되죠. 이어 기업의 리베이트(금품 제공) 관행을 금지하는 엘킨스법(1903), 철도 회사 운임을 규제하는 헵번법(1906), 식품의약규제법(1906) 등을 차례로 입법했고, 1890년 만들어졌으나 사실상 잠자고 있던 셔먼법(반 독과점법)을 근거로 거대 기업이던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결과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는 회사가 30여 개로 쪼개지게 되죠.
같은 가문의 후손인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대공황을 해결하고 시장 안정을 가져다 줄 정책으로 '뉴딜 정책'을 발표해요. '뉴딜 정책'은 정부가 돈의 양이나 물건 가격을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데요. 기업의 지나친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이죠.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업으로부터 세금도 많이 거둬 다양한 복지 제도를 실시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어요. 이렇게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균형이 깨진 부문에만 정부의 시장 개입을 허용하는 자본주의를 '수정자본주의'라 불러요.
하지만 수정자본주의도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규제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어요. 복지 제도와 공공 사업 운영을 위해 세금을 많이 걷는 데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커졌죠. 그래서 '작은 정부'로 돌아가자는 '신자유주의'가 생겨났답니다.기업의 자율성 보장과 기업에 대한 규제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 사회의 숙제죠.
☞셔먼법(Sherman Act)
1890년 미국 오하이오주 상원 의원인 존 셔먼이 발의해 제정된 법. 기업 간 어떤 형태의 연합도 불법이며, 어떤 독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독점 금지·기업 규제법의 모델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