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민물서 3년, 바다서 50여 년… 철새처럼 자기장 감지해 길 찾아요

입력 : 2017.09.21 03:13

유럽 장어

얼마 전 미국 마이애미대와 노르웨이 해양연구팀이 공동으로 '유럽 장어〈사진〉의 비밀'을 밝혀내 화제가 됐어요. 그동안 유럽 장어가 자기가 살던 민물을 떠나 망망대해로 나가 알을 낳고, 그곳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어미가 왔던 바다를 수천㎞나 되짚어 돌아간다는 사실이 수수께끼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새끼 유럽 장어가 철새처럼 지구 자기장(磁氣場·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감지해 길을 찾아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예요. 이전에는 새끼 장어가 강물에 있는 화학물질을 후각으로 감지해 길을 찾는다는 연구가 많았어요.

유럽 장어는 우리나라 민물 장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생활사가 복잡해요. 대서양을 비롯한 여러 바다에서 유럽의 하구와 하천, 호수를 오가며 일생을 보내거든요. 유럽 장어는 우리나라 풍천장어처럼 맛과 영양분이 좋아서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획을 제한하는 등 보전에 노력하고 있어요.

유럽 장어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 장어는 민물에서 3년을 자라고 바다로 나가 나머지 생을 살아요. 평균 55년 정도 사는데 85년까지 살기도 하죠. 강에서 산란지인 바다까지 무려 8000㎞ 정도를 해류를 타고 헤엄치면서 가는데 바다에 도착하면 3~20년 후부터 번식에 들어가요. 많은 유럽 장어가 북대서양의 사르가소해에서 알을 낳죠. 모자반(해조류의 일종)이 칭칭 얽혀 마치 커다란 섬처럼 보이는 사르가소해의 모자반섬에서는 바다거북이나 물고기도 산란한답니다.

아주 작은 버들잎 모양을 한 새끼 장어들은 생후 1년까지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며 멕시코만 해류를 따라 유럽 연안으로 밀려듭니다. 이때 새끼들이 자기장 등을 이용해 어미가 왔던 길을 더듬어간다는 거죠. 그리고 민물에 돌아가선 가늘고 투명한 작은 실뱀장어로 모습을 바꿔요. 민물에서 수년 동안 충분히 자란 장어는 황금색에 가까운 누런 빛의 통통한 황뱀장어가 됩니다. 큰 것은 길이 1.3m, 무게 9㎏까지 나간다고 해요. 이렇게 자란 장어는 알을 낳으러 다시 바다로 돌아가죠.

유럽 장어는 일생에 한 번 번식하는데, 알을 낳고 죽어요. 한 번에 알을 200만개에서 1000만개 낳죠. 완전히 성숙하는 데 암컷은 9~20년, 수컷은 6~12년 걸립니다. 물고기나 곤충, 갑각류 등을 주로 먹지만 식물 부식질도 먹어요.

장어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은 수산물이지만, 맛과 영양이 좋다고 마구 잡으면 바다에 산란하러 갈 장어 수가 줄고 민물로 들어오는 실뱀장어 수도 줄기 때문에 전체 개체 수가 감소해요.

일부에선 큰 장어만 잡음으로써 보전을 꾀하지만, 장어는 민물에서 충분히 큰 다음에 바다로 가기 때문에 큰 것을 잡으면 바다로 나가는 장어가 줄어 장어 씨가 마른답니다. 새끼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큰 장어도 함께 보호해야겠죠?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