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북한의 핵실험 여부, '지진파' 분석하면 알 수 있어요

입력 : 2017.09.20 03:13

[지진파와 인공지진]

북한 핵실험 때 5.7 인공지진 발생… 진행·진동방향 같은 P파 주로 관측
자연지진은 P파·S파 모두 측정돼… S파는 진행·진동방향 엇갈려 퍼져
기상청 "2차 지진은 '함몰지진'"… 핵실험 증거인 '제논'도 발견됐어요

지난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어요. 북한 핵실험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이에요. 핵실험 뒤 우리나라 기상청은 "3일 오후 12시 29분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규모 5.7의 인공지진을 감지했다"고 발표했어요. 풍계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랍니다. 기상청은 어떻게 이번 지진이 북한 핵실험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었을까요?

◇인공지진? 자연 지진? 지진파로 확인해

핵실험은 비밀 유지를 위해 보통 땅속 깊은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돼요. 예를 들어 이번 핵실험도 만탑산(해발 2205m)의 갱도(광산에 뚫어놓은 길) 입구로부터 안쪽으로 2.2㎞ 지점, 산 정상에서 아래로 900m 깊이에서 진행된 것으로 추정돼요. 그렇기 때문에 핵실험을 하면 엄청난 충격으로 지진이 발생한답니다. 이 지진은 인위적인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과 구분되죠.

보통 지진이 발생하면 그 진동이 지진파 형태로 퍼져나가요. 통상 지진파는 크게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로 나뉘는데요. P파는 지진파의 진행 방향과 진동 방향이 같은 지진파로 초당 7~8㎞씩 빠르게 에너지가 전달되는 지진파예요. 반면 S파는 지진파의 진행 방향과 진동 방향이 수직으로 엇갈리며 전달 속도가 초당 4~5㎞로 상대적으로 느리죠.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 지진파로 확인해
/그래픽=안병현
자연 지진은 격렬한 단층(斷層·외부 힘을 받아 땅이 두 개로 끊어져 어긋난 구조) 활동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종파인 P파와 횡파인 S파가 모두 관찰돼요. 속도가 빠른 P파가 먼저 관측되고 S파가 뒤따르게 되죠. P파와 S파가 이처럼 순서대로 관찰되면 자연 지진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반면 핵폭발이 일어나면 핵폭탄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에너지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에너지의 방향과 진동 방향이 일치하는 P파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게 돼요. 이 때문에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P파가 잘 관측되는 반면 S파는 거의 관찰되지 않아요.

지진파가 퍼져나가는 방향도 차이가 있어요. 자연 지진은 단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층이 미끄러지는 방향을 타고 지진파가 퍼져 나가요. 이와 달리 인공지진은 단층운동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방향으로 지진파가 고르게 퍼져 나가는 특성을 보이죠.

또 자연 지진은 지진이 일어나도 음파(音波)가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인공지진은 폭발한 에너지가 대기 중으로 퍼져서 공중음파(20㎐ 이하의 초저주파)란 걸 만들어요. 핵폭탄이 지표면 가까이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대기까지 진동시켜 공중음파가 발생되는 거랍니다. 실제 이번 핵실험 당시 강원도 양구에 있는 기상청 공중음파측정소에서는 공중음파를 뚜렷하게 관측했어요.

◇함몰지진인가, 암반 파열인가

이번 6차 핵실험이 과거 북한의 5차례 핵실험들과 달랐던 점은 바로 '2차 지진'이에요. 핵실험을 한 지 약 8분 30초 뒤 '2차 지진'(규모 4.1~4.4)이 관측된 거죠. 전문가들은 2차 지진이 핵폭발 이후 발생한 '함몰지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함몰지진이란 핵실험 같은 큰 폭발 뒤에 잇따라 일어나는 지진을 말해요. 핵실험 충격으로 바로 위의 지표면이 살짝 위로 들렸다가 주저앉으며 아래로 무너지는 현상이죠. 기상청은 이번 함몰지진이 핵실험을 위해 뚫어놓은 갱도가 무너지며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2차 지진의 원인에 대해선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여요. 일부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이 산허리를 수평으로 파서 만들어졌고 갱도 위로도 산이 높기 때문에 움푹 꺼지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함몰지진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죠.

또 함몰지진일 경우 주로 장(長)주기의 지진파가 나오는데 이번 지진의 경우 주로 단(短)주기 지진파가 나왔기 때문에 암반 파열이나 작은 여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에요. 암반 파열은 갱도 건설처럼 인공적인 힘이 가해진 지하에서 바위가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일시에 터지며 쌓인 힘을 배출하는 현상이에요.

◇핵실험의 증거, 제논을 찾아라

정부는 이번 6차 핵실험 직후 방사성 기체인 '제논(Xe)'을 검출하려는 시도를 했어요. 제논은 자연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오로지 핵폭발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검출하면 북한의 핵무기가 어떤 종류인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죠.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검출하는 건 상당히 어려워요. 북한처럼 지하에서 핵실험을 하는 경우, 웬만해선 방사성 기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요. 지하 핵실험을 하면 주변 암석이 고열에 녹았다가 굳으면서 내부의 틈새가 마치 코팅되듯 밀폐되기 때문이죠.

다만 핵실험 후 2차 지진이 발생하면서 핵실험 장소 근처가 무너져내린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일부 방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실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강원도 동해 등에 설치된 방사성 포집(물질 속에 있는 작은 양의 성분을 분리해 모음) 장치를 통해 '제논-133'을 모으는 데 성공했죠. 포집된 제논-133의 양은 육상 0.16~1.14mBq(밀리베크렐), 해상 0.2~0.33mBq로 나타났답니다. 보통 핵실험 시 검출되는 제논의 양은 0.1mBq 정도예요.

그러나 북한 핵무기의 종류를 정확히 알려면 제논-131m, 제논-133m, 제논-133, 제논-135 중 최소 2개 이상은 포집해야 해요. 이번엔 제논-133만 포집하고 다른 제논 동위원소는 포집되지 않아 북한이 이번에 터뜨린 핵무기 종류가 뭔지 아직까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또 북한 핵무기가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이 수십~수백 배 강력한 수소폭탄이라는 증거가 되는 삼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가 2개 많음) 역시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답니다.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