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한가위 보름달 닮은 송편… "솔잎에 얹고 쪄야 제맛"

입력 : 2017.09.19 03:12

추석 음식

올해 추석은 10월 4일이에요. 추석은 만월(滿月·보름달이 뜬 상태)인 음력 8월 15일로 우리 고유어로는 한가위라고 불러요. 추석은 봄부터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는 계절이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기죠.

추석 음식의 대표 주자는 송편〈왼쪽 사진〉이에요. 송편은 반죽한 멥쌀가루 피 안에 소를 넣어 둥글게 빚는 건데 소의 재료로는 콩, 깨, 밤 등이 있어요. 최근에는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해서 야채즙, 녹차 가루, 과일즙 등을 섞어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죠. 송편을 시루에 찔 때는 솔잎을 켜켜이 놓고 찌기 때문에 송편에서 은은한 솔 냄새가 나고 표면에 솔잎 자국이 남게 돼요.

송편, 토란국 사진
/솔잎떡마을 제공·한준호 기자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에 대한 첫 기록은 조선 헌종 때 문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령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올여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먹세"란 구절이죠. '올여'는 '올벼', 즉 햅쌀이라는 뜻이에요. 위관(韋觀) 이용기가 1924년 쓴 요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操船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송편을 빚어서 쪄내어 냉수에 씻어 먹으면 좋다"는 내용이 나오고,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1809년에 쓴 살림백과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송편을 크기에 맞추어 버들잎같이 빚어 솔잎에 얹고 찌면 맛이 유난히 좋다"고 써있어요.

송편 다음으로 추석에 많이 먹는 음식은 토란국〈오른쪽 사진이에요. 토란은 가을에 수확하는 제철 농산물인데 소화가 잘되는 성분인 무틴(mutin)이 들어 있어요. 토란을 먹을 때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점액질이 그것인데, 체내에서 분해돼 글루쿠론산(glucuronic acid)을 만들어 간장이나 신장을 튼튼히 해주고 소화를 촉진해준다고 해요.

닭으로 찜을 만드는 계증(鷄蒸)도 추석 차례상에 올렸어요. 봄에 키운 병아리가 추석쯤 되면 살이 올라 햇닭이 되는데, 이때 햇닭을 잡아서 맛좋은 닭찜을 만들었답니다. 경상도에서는 기름을 둘러 통닭을 지진 뒤 냄비에 물을 붓고 지진 닭과 북어, 오징어, 홍합, 다시마, 두부, 무 등을 한데 넣어 졸여 먹었다고 해요. 조선 순조 때 문신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추석이 되면 가난한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을 만든다"고 써 있어요.

이 외에도 찐 찹쌀가루 반죽에 밤소를 넣어 밤고물을 묻힌 밤단자, 채소와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옷을 씌워 전처럼 부친 누루미, 당근·파를 볶아서 꼬치에 꿴 뒤 밀가루·달걀옷을 입혀 지져낸 화양적, 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삶은 뒤 꿀물이나 설탕물에 담근 배숙 등이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꼽힌답니다.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