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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피플] 연금·노동 대수술… '유럽의 병자' 독일을 일으켰죠

입력 : 2017.09.15 03:12

게르하르트 슈뢰더 前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前 독일 총리
/블룸버그
"독일을 '유럽의 병자(病者)'에서 깨어나게 한 인물".

독일 좌파 정권 수장으로서 우파 정권도 하기 힘든 각종 개혁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73·Gerhard Schrӧder·사진) 전 독일 총리가 최근 우리나라를 찾았어요. 이번 방한길에도 슈뢰더는 노동·통일·경제 등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천금 같은 조언을 해줬죠.

슈뢰더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7년간 독일 연방총리를 지낸 인물이에요. 그는 전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신음하던 1944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소도시 리페에서 태어났어요. 슈뢰더의 아버지는 슈뢰더가 생후 6개월이 되던 때 전사(戰死)했다고 해요. 어릴 적 축구장 한편 가건물에서 어머니, 양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던 슈뢰더는 중학교 졸업 후 소매상 판매직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18세가 되던 1962년부터 낮에는 철물점 점원으로, 밤에는 야간학교 학생으로 주경야독(晝耕夜讀)했죠. 이후 괴팅겐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6년 하노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슈뢰더는 19세 때 이미 중도 좌파 독일사회민주당(SPD)에 입당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1980년대 독일 연방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0~1998년엔 니더작센주 총리를 지냅니다. 1998년 총선에서 녹색당과의 연정(聯政)에 성공한 그는 '통일 대통령' 헬무트 콜을 꺾고 제7대 독일 연방총리가 됐어요. 2002년엔 재선에도 성공했죠.

이때부터 슈뢰더는 본격적인 독일 대개혁에 박차를 가합니다. '혁신, 성장, 일, 지속 가능성'이라는 표제의 '아젠다 2010'이었어요. 당시 독일은 막대한 통일 비용과 쏟아져나오는 실업자, 연금·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 부담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었어요.

슈뢰더는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고 부당 해고 금지 기준을 완화하며 실업급여 수령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개혁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이런 개혁안은 일반 대중과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슈뢰더는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교민주당에 패해 정계를 떠나게 돼요.

슈뢰더의 개혁은 다시 재평가받고 있어요. 현재 독일이 통일 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자랑하고 있고 사회보장제도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죠. 일각에선 메르켈 현 총리의 높은 인기도 슈뢰더식 개혁의 덕을 본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랍니다. 선거에 질 각오를 하고 독일의 미래를 위해 인기 없고 고통스러운 개혁을 추진했던 슈뢰더의 용기, 대단하지 않나요?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