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목표는 '거대 흰고래'… 잡느냐, 잡아먹히느냐
입력 : 2017.09.15 03:12
모비 딕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단순한 줄거리가 얼마나 풍부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에요. 거대한 흰색 향유고래 모비 딕을 잡으러 나선 포경선(捕鯨船·고래잡이배) 사람들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이 피쿼드호 선원들을 이끌고 대서양과 태평양 구석구석을 돌며 숙적을 찾아내고 사흘 동안 사투를 벌인다."
고래기름으로 만든 양초가 필수품이었던 19세기 중반, 젊은이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포경선에 올랐어요. 그러고는 목숨을 건 항해를 했죠. 고래를 잡아 한몫 잡느냐, 아니면 내가 잡아먹히느냐. 책은 그 시대상에서 시작됐어요,
고래기름으로 만든 양초가 필수품이었던 19세기 중반, 젊은이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포경선에 올랐어요. 그러고는 목숨을 건 항해를 했죠. 고래를 잡아 한몫 잡느냐, 아니면 내가 잡아먹히느냐. 책은 그 시대상에서 시작됐어요,
-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피쿼드호 주인은 향유고래기름을 많이 싣고 와 돈을 벌게 해달라는 생각으로 에이해브에게 지휘권을 맡기죠. 그러나 에이해브는 복수심에 불타 폭주해요. 선원들을 선동해서 원래 목표와 달리 모비 딕 사냥에만 집중해요. 그를 말리는 양심적인 목소리는 좌절하죠. 나라를 부강하게 해달라는 뜻에서 국민이 선출한 히틀러가 어떻게 국민을 선동해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는지 생각하면 1851년에 나온 이 책이 100년 이후의 미래를 점쳤던 셈이에요.
또 이 책은 링컨 대통령이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키기 전에 나왔음에도 흑인 노예제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어요. 여전히 피부색을 중요시하며 사람들을 구분 짓는 현대 사회에도 의미를 갖고요. 책 속에서 고래 잡는 작살꾼들 대다수가 비(非)백인인데, 이들은 피부색과 관련 없이 협력하죠. 주인공 이스마엘은 "술 취한 기독교도보다는 정신 멀쩡한 식인종과 함께 자는 편이 낫지"라며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는 태도를 보여요. 배 이름 '피쿼드'가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몰아냈던 원주민(인디언) 부족의 이름이고, 이 배가 흰색 고래를 쫓다가 파멸한다는 상징도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어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책을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았다고 해요. 모비 딕과의 사투에서 여러분은 어떤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