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인터넷 은행 '카뱅' 돌풍… 은행들 앞다퉈 수수료 내려

입력 : 2017.09.08 03:08

[메기 효과]

한달 300만 계좌 개설될 정도 인기… 자극받은 시중 은행들 마케팅 경쟁

강한 경쟁자 등장에 활동 활발해져 전체가 발전하는 현상 '메기 효과'
금방 죽는 정어리 신선도 유지 위해 수조에 메기 넣어 운반한 데서 유래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인기가 대단해요. 가입자들이 벌써 300만개 이상의 계좌를 만들고,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저축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신기한 건 카카오뱅크가 인기를 끌자 기존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해외 송금 수수료 등을 내렸다는 것이에요. 이를 두고 사람들은 '메기 효과(Catfish Effects)'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 메기 효과가 무엇일까요?

◇메기를 넣자…정어리가 싱싱해졌다?

여러분은 메기(catfish)라는 물고기를 본 적 있나요? 메기는 강이나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인데 유럽에서는 바다에 살기도 한다고 해요. 메기는 입가에 기다란 수염을 달고 바닥을 훑으며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잡아먹는다고 해서 '민물계의 상어'라고 불린답니다. 메기의 영어 이름도 긴 수염이 마치 고양이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죠.

메기
/위키피디아
메기 효과는 이런 메기의 습성에서 비롯된 말이에요. 이 법칙은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정어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은 이야기에서 유래해요. 정어리는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인데, 북유럽 사람들이 아주 즐겨 먹는답니다. 그런데 어부들이 잡은 정어리를 수조에 넣어 육지로 운반한 뒤 항구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정어리가 죽어 있었다고 해요. 생선은 보통 살아 있는 것이 맛이 좋고 값도 비싸기 때문에 어부들은 어떻게 하면 정어리를 산 채로 수조에 담아 올 수 있을까 고민이었죠. 그런데 한 노르웨이 어부가 신기하게도 항상 살아 있는 정어리를 시장에 가지고 와 큰돈을 버는 것이에요. 많은 어부가 그 비결을 알려고 노력했지만 노르웨이 어부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비밀은 그가 죽은 후에야 알려지게 됐는데, 그건 바로 정어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는 것이었어요.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었더니 정어리들이 더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었죠! 왜 그랬을까요? 정어리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을 다녔기 때문이에요. 물론 수백 마리 중 몇 마리는 메기에게 잡아먹혔겠지만 많은 정어리가 발버둥치며 도망 다닌 덕에 항구에 도착할 때쯤 상당수 정어리가 싱싱하게 살아 있었던 거죠.

이처럼 '메기 효과'란 강한 경쟁자가 들어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결과적으로 전체가 전보다 좋아지는 현상을 말해요. 이 원리는 영국의 역사·경제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인간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며 즐겨 인용해 유명해졌고, 그 뒤 경영학의 주요 이론으로 널리 알려졌죠.

◇메기 효과는 있다? 없다?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화제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었어요. 인터넷 전문 은행은 지점이나 직원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죠. 미국에선 이미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이 나타났고 지금은 무려 20개가 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 있다고 해요. 일본·유럽에도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속속 생겨났죠.


카카오뱅크 가입자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 가입자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업계에‘메기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는 지난 4월 처음으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 '케이(K)뱅크'가 선보였고, 올여름에는 이보다 더 강력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카카오뱅크'가 출범했어요. 이 인터넷 전문 은행들은 해외 송금 절차를 간편하게 바꾸고 수수료를 낮춘 데다 일반 시중 은행보다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금리를 낮춰 인기를 끌고 있죠. 이에 기존 고객을 잃을 위험에 처한 일반 은행들은 자극받아 기존 송금 방법을 간편하게 바꿔나가고 해외 송금 수수료도 대폭 내리고 있어요. 또 예금 금리를 전보다 높인 금융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답니다. 즉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정어리 수조 속 '메기'역할을 한 셈이죠.

메기 효과 사례는 또 있어요. 지난 2014년 세계적인 가구 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IKEA)가 우리나라에 진출하자 국내 가구 업체들이 위협을 느끼고 더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해요.

반면 '메기 효과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실제 미꾸라지로 꽉 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당장은 자극을 받아 발버둥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수조 내 산소가 모자라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거죠. 어부가 정어리떼를 잡아 배에 싣고 육지에 도착하는 '적정한 시간'이란 요소가 조합됐을 때 바로 '메기 효과'가 있다는 얘기예요. '적정한 시간'과의 조합이 없거나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조직에 무작정 강한 위협을 준다면 조직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자유로운 창의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진정한 메기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하기 일러요. 소비자에게 유리한 금리와 낮은 수수료 때문에 당장 많은 고객이 몰렸지만 이 고객들이 계속 유지될지, 또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계속 고객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인터넷 전문 은행들의 정책이 우리 금융시장과 고객 개개인에게 더 많은 메기 효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금리(金利)

돈을 빌리거나 맡기는 데 붙는 가격(이자)을 비율로 표시한 것이에요. 예를 들어 연간 예금 금리가 1%일 때 은행에 100만원을 맡기면 1년 뒤 100만원의 1%인 1만원을 이자로 받아요. 즉 예금이 101만원이 되는 것이죠. 반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대출한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의 이자를 은행에 지불해야 해요. 즉, 금리는 돈에 대한 사용료인 셈이죠.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경제교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