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바람에 꺾이지 않게… 누워서 자라는 향나무

입력 : 2017.09.05 03:05

눈향나무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산행을 떠나봐요. 산 중턱까지 오르다 숨이 차올라 잠시 한숨을 고르다 보면 얄따랗고 뾰족한 잎이 바닥에 쭉 깔린 것을 볼 수 있어요. 나무 키가 무릎 높이에도 못 미쳐 마치 푸른 융단이 땅을 덮은 것 같지요. 쪼그려 앉아 자세히 살펴보세요. 만지면 따가울 정도로 뾰족한 잎도 있고, 끝이 뭉뚝한 잎도 있어요. 잎 사이사이 촘촘히 무늬가 있고 얇은 줄기 색도 학교 정원에서 봤던 향나무와 닮았지만, 키가 너무 작고 넓게 퍼져 있어 다른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나무는 바로 '눈향나무'예요. '누운' 향나무라고 이렇게 이름이 붙었지요. 향나무의 변종으로 분류된답니다.

눈향나무는 향나무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우선 자라는 형태가 다르죠. 목재와 잎 전체에서 '향기가 나서' 이름 붙은 향나무는 본래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환경에서는 키가 20m까지도 자라는 키 큰 나무예요. 정원에서 만나는 향나무도 곧고 크게 자라죠. 눈향나무는 엎드려 자라는 '포복성'을 보인답니다. 강한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고요. 눈측백나무, 눈잣나무 등도 마찬가지예요.

눈향나무 사진
/최새미
눈향나무는 줄기가 땅에 비스듬히 기면서 자라 위로는 75㎝를 넘지 않게 커요. 줄기마다 가지가 많이 나오는데, 가지가 옆으로 뻗어 나가다가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더 멀리 줄기를 뻗는답니다. 땅뿐 아니라 바위 틈새에서는 가지가 아래로 휘어 바위를 가득 덮기도 하지요. 이런 방법으로 눈향나무는 넓게 5m까지도 퍼져나간답니다.

눈향나무와 향나무는 자라는 위치와 잎 모양도 달라요. 향나무는 해발고도가 낮은 곳을, 눈향나무는 높은 곳을 좋아해요. 향나무는 마을 어귀나 초원 같은 낮은 곳에서 자생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눈향나무는 해발고도 7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 주로 볼 수 있어요. 또 눈향나무 잎이 훨씬 짧고 하얗죠. 향나무 잎은 6~12㎜로 새끼손톱만 한 길이로 자라지만, 눈향나무 잎은 그 절반인 3~6㎜ 정도로 아주 짧고, 윗면에 공기구멍인 '기공'이 선 모양으로 발달해 향나무 잎보다 전체적으로 하얗게 느껴져요.

작년에 꽃이 피었다면 올해 9월 중순이 지나 눈향나무 잎 사이 동글동글한 열매가 열리고 서서히 익기 시작할 거예요. 번식을 준비하는 것이죠. 열매를 자세히 보면 한쪽으로 치우친 방울 모양이고, 길이가 5㎜ 남짓하답니다. 기온이 점점 따뜻해지고, 사람들이 정원을 꾸미려고 자생지를 파헤친 탓에 눈향나무의 터전은 계속 줄고 있어요. 눈향나무는 현재 희귀 식물로 보호받고 있죠. 산행에서 우연히 만난 눈향나무를 더욱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지켜줘야 해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