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진공 튜브 속 초고속 열차 타면 서울~부산 16분

입력 : 2017.08.30 03:12

[하이퍼루프(Hyperloop)]

시속 120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
초고속 열차 상용 가능해지려면 진공 터널 만들어 공기저항 줄이고 자기 부상 방식으로 마찰력 낮춰야

기압 높아지면 흔들림·소음 발생… 승객 안전 위해 더 연구 중이에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를 타면 50분, KTX를 타면 3시간 정도 걸려요.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는 비행기보다 훨씬 빠른 기차가 나올 전망이에요. 지난 5월 미국 네바다주(州) 사막에 설치된 길이 500m 진공 튜브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달리는 열차가 시험 주행에 성공했어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론적으로 16분 만에 갈 수 있어요. 시속 1200㎞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의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죠.

◇과제1: 진공상태처럼 공기저항을 줄여라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속도를 낼수록 저항에 부딪혀요. 자동차와 비행기는 공기저항을 받고, 잠수함이나 물고기는 물의 저항을 받죠. 하이퍼루프는 마찰력이라는 자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공 튜브 안에서 로켓처럼 날아가는 열차예요.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처음 개발을 제안했죠. 계획에 따르면 우선 열차가 지나가는 터널 안을 진공상태에 가깝게 만들어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여요. 공기가 없으면 바람 저항을 받지 않죠. 완벽에 가까운 진공상태인 대기권 밖에서 우주탐사선이 시속 5만㎞까지 속도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하이퍼루프
/그래픽=안병현
다음은 열차를 레일 위에 띄워 빠른 속도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 기술이 필요해요. 자동차처럼 바퀴가 바닥에 닿아 마찰이 일어나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저항이 생겨요.

하이퍼루프는 터널 바닥에 코일을 깔고, 열차 바닥에는 자석을 장착해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들어요. 서로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 원리를 이용하는 거죠. 열차를 레일 위에 띄워 마찰을 없애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주는 것이에요.

현재 자기부상열차 기술은 한국, 일본, 독일 등이 앞서 있고, 미국과 중국 등 10여 나라가 기술력을 갖고 있어요. 길이 100m 이상의 진공 튜브 안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성공적으로 달린 것은 지난 5월 하이퍼루프가 처음이었죠.

공기의 저항은 속도의 제곱(속도×속도)만큼 커지기 때문에 시속 400~500㎞가 넘는 속도로 달리면 엄청난 공기저항이 발생해요. 그럴 경우 견디기 힘들 정도의 진동과 소음이 발생해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로 기록된 일본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리니어 주오 신칸센'은 철로에서 10㎝가량 공중에 떠서 최고 시속 603㎞까지 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 부상 방식으로는 진동과 소음을 포함한 안전성 문제가 있어서 시속 400㎞ 수준으로 운행할 계획이에요.

◇과제2: 음속 주파 시 '압력'을 낮춰라

땅 위에서 운행하는 보통의 교통수단으로는 음속을 돌파할 수 없어요.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진공 터널'이에요. 열차가 운행하는 긴 공간을 진공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이죠. 하지만 공기 밀도를 0.1% 수준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아요. 2011년 국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에서는 모의 실험을 통해 아크릴 진공관 내부 공기를 빼내 0.2기압으로 만든 뒤 실물 크기 52분의 1의 모형 열차를 시속 700㎞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어요.

철도연이 시험한 진공관 내부의 0.2기압은 여객기가 비행하는 고도 10㎞ 상공의 기압과 같아요. 이곳은 영하 40~50도, 습도 0.001%로 지상의 대기 환경과 많이 달라요. 만약 열차가 운행하는 터널을 고도 10㎞의 환경과 같게 만든다면 땅 위의 열차도 여객기처럼 초음속으로 운행할 수 있겠죠. 보통 여객기 내부는 0.8기압을 유지해요. 지상처럼 1기압을 유지하면 비행기 동체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질 수 있어요.

이처럼 비행기가 이륙해 고도가 높아지면 실내 기압이 낮아지면서 승객들은 귀가 멍멍해지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여객기 내부는 기압이 낮아지는 반면 귀의 압력은 높아져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이랍니다.

총알처럼 빠르게 달리는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이면 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안전하게 타고 이용하려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죠. 교통 전문가들은 현재 열차 기술로 하이퍼루프를 멈추는 순간 음속을 정상적으로 제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특히 자기 부상 방식은 공중에 뜬 상태로 운행해 차체(車體)가 흔들릴 수 있어요. 공기저항을 최소화해도 진동이나 소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죠.

이를 고려해 일본의 리니어 주오 신칸센도 시속 120㎞ 이하에서는 바퀴를 사용해 달릴 계획이에요. 또 전기를 공급받는 고속철도는 2만5000V의 전력이 흐르는데, 시속 400㎞ 이상으로 달릴 경우 열차가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전선과 열차 접합부 간격이 벌어져 전력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하이퍼루프는 모든 기술을 공개하고, 전문가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함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오픈 소스'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세계의 기술자들이 개발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것이죠. 모두가 머리를 맞대면 어려운 문제도 가까운 미래에 해결되지 않을까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