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춤추고 기도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득점의 기쁨
'기쁨 짓'
- ▲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은 후 기쁨 짓을 펼쳐 보이고 있어요. /성형주 기자
스포츠 경기에서 득점을 하거나 승리했을 때 선수들은 기쁨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세리머니(ceremony)'라고 합니다. 특히 축구 경기에서 선수가 득점한 후 골 세리머니를 많이 하죠. '세리머니'는 일본 언론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해요. 영어권에선 '셀러브레트(celebrate)' 한다고 표현해요. 우리말로 순화한다면 '득점 뒤풀이'나 '기쁨 짓' 정도로 표현할 수 있어요.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 뒤풀이나 승리에 대한 기쁨 짓을 해서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죠. 단체경기 중 비교적 적은 점수로 승부가 판가름 나는 축구에서는 특히 요란한 기쁨 짓이 나와요. 반지 키스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무릎 꿇고 기도를 하거나, 운동장에 넘어지며 슬라이딩을 하는 등 표현을 통해 관중에게 기쁨을 전달합니다. 골프에서는 특이하게 우승을 확정한 직후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샴페인이나 물을 우승 선수에게 뿌리는 등 종목 고유의 기쁨 짓이 전통처럼 이어져 오고 있어요.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2016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위를 한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는 당시 결승선을 통과할 때와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받으면서 두 팔로 'X' 자를 만들었어요. 이는 당시 에티오피아 정부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였다고 해요.
기쁨 짓을 자제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추가 득점을 한 경우 상대팀에 대한 예우로 하지 않고, 또 하나는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 만회골을 넣은 경우 빠른 전개를 위해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전 소속팀(일명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을 때죠. 전 소속팀의 선수와 감독, 팬들에 대한 예의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함이에요.
기쁨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 불행하게도 부상이나 생명의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미끄러지는 행동입니다. 이 상태에서 체중이 실리게 되면 무릎의 인대와 연골에 충격이 가해져 부상의 위험이 있고, 실제로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수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된 선수도 있어요. 또한 축하해주기 위해 동료선수들이 올라타거나 덮치는 경우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무게가 가해져 몸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각종 스포츠에서 더 다양해지고 있는 기쁨 짓은 팬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지만,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고 상대 선수나 팀을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심판, 관중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반드시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