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NIE] [이슈토론] '통화 중 녹음 알림법' 발의

입력 : 2017.08.26 03:08

찬성 - "상대방 몰래 녹음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반대 - "스토킹 등 범죄사건 증거 수집 못하게 돼"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유호정
과거 휴대전화 카메라가 '몰카'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메라 셔터음을 도입했는데요. 최근 국회에서 휴대폰 통화 중 녹음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이 이를 알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통화자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새로 발의된 '통화녹음알림법'은 통신사에 휴대폰 통화 중 녹음을 알리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여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통화 녹음이 음성권(통화 목소리에 대한 권리)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몰래 녹음된 통화 내용이 무단으로 공개되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적어도 녹음 사실을 인지하고 통화를 계속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합니다. 통화 내용이 일단 대중에게 공개되면 통화 속 대상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는 것이지요. 또한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선진국의 경우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근거로 듭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대화 녹음도 불법입니다.

반대로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협박이나 공갈로부터 대응할 수단이 없어진다"고 주장합니다. 통화 녹음은 그간 재판에서 중요한 법적 증거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도 성희롱, 협박, 스토킹 같은 민·형사사건의 경우 통화 중 녹음이 없다면 시비를 가리기 위한 증거 수집이 어려울 것을 우려합니다. 또한 내부 고발자와 언론의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화 중 몰래 녹음에 대한 격렬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정현정·NIE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