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고양이 품에서 태어난 새끼 갈매기가 날아오르기까지
입력 : 2017.08.25 03:12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 /바다출판사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라는 책 제목이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요? 그렇지만 문제는 여럿 있어요. 인간 눈을 피해 갈매기 알을 품어줘야 하고, 새끼 갈매기가 뭘 먹는지도 알아내야 하고, 결정적으로는 날개가 없고 하늘을 날아볼 생각도 한 적 없는 고양이가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죠. 사람이 새에게 나는 법을, 물고기에게 걷는 법을 가르치기만큼이나 어려운 일 아닌가요.
소르바스는 그래서 고양이 무리에게 도움을 요청해요. 고양이들이 죄다 모여서 힘을 합치죠. 인간이 만든 백과사전을 찾아보며 하늘을 나는 법을 연구한답니다. "고양이들이 너 토실토실하게 살찌면 잡아먹을 거야"라는 헛소문에 겁을 집어먹은 새끼 갈매기 아포르뚜나다에게 '우리는 다른 존재이지만 너를 아낀다'는 마음도 전해야 해요. 새끼 갈매기는 계속 날아오르는 데 실패하고 좌절하죠. 고양이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자라났는데, 그냥 고양이로 살면 안 되느냐고요. 고양이들은 이렇게 위로해요.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 하늘을 날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우리가 서로 가지는 애정이 더 깊고 아름다워질 거야.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고양이와 새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습성을 가진 동물들도 서로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 또 인간이 자연을 오염시켜서 어미 갈매기는 목숨을 잃는 모습과, 선한 인간이 도움을 줘서 새끼 갈매기가 날아오르는 대목 등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요.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사는 법을 질문하지요.
그래도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날개가 있다고 해서, 갈매기로 태어났다고 해서, 그냥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 안의 가능성은 노력할 때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랍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잇는 칠레 문학의 간판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68)가 1996년 처음 펴냈어요. 유럽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렸고,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일부 실린 작품이에요. 그 매력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